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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일회용품 보증금제



커피 인구가 늘면서 일회용 컵 사용량도 늘었다. 2007년 약 4억2000만개이던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18년 25억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컵 회수율은 5%밖에 안 된다. 엄청난 양의 일회용 컵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일회용품이 환경에 미치는 심각성은 널리 알려졌다.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생산과 폐기는 우리 삶과 미래를 위협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은 이 때문이다. 오는 6월 10일부터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사면 추가로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야 된다. 컵을 반납하면 돌려준다. 스타벅스 등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체인점이 대상이다. 전국 3만8000여 가게가 해당된다. 컵은 음료를 구입한 곳이 아닌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의 매장에 반납해도 된다. 취지에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이 제도는 2002년에도 도입됐으나 한계에 부닥쳐 2008년 폐지됐다. 14년 만에 부활되는 것이다. 시행이 3주밖에 안 남았는데 현장은 혼란스럽다. 소상공인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300원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일회용 컵에 일일이 재활용 라벨 바코드 스티커를 붙이고, 소비자가 반납할 때 인증을 해야 한다. 스티커 가격과 인건비는 가게의 몫이다. 컵 당 최대 17원이 추가로 든다. 위생도 문제다. 아무나 길거리에 방치된 컵을 주워서 매장에 돌려줘도 300원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쓰레기통에서 꺼내온 컵까지 돌려받을 텐데 이를 세척하는 게 또 일이다. 설거지 부담은 인건비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증금을 음료 매출과 별도로 처리할 결제 시스템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곳도 꽤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음료 가격이 300원 오르는 듯한 부담도 생긴다. 개인컵과 텀블러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현장의 불만이 크면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정부는 일단 제도를 유예하는 게 어떨까. 가게에 결제 시스템이 갖춰지고, 소상공인 보증금 지원 등이 보완된 후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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