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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영원한 오빠’ 송해



KBS ‘전국노래자랑’은 국내 최장수 인기 프로그램이다. 예심을 거친 일반인들이 노래 실력을 겨루는 프로그램으로 1980년 11월 첫 전파를 탄 뒤 42년째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전국 시·군·구를 순회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식이라 녹화 현장은 지역 축제에서 느껴지는 흥이 넘친다. 출연자들도 연령대가 다양한 데다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신선한 재미를 주기 때문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전국노래자랑이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데는 진행자 송해(95)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송해는 1988년 5월 환갑이 지난 나이에 이 프로그램의 5대 MC로 발탁돼 지금까지 진행을 맡아왔다. 1994년 다른 MC가 바통을 넘겨받았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자 5개월 만에 다시 소방수로 투입돼 이후 27년 연속, 통산 34년째 터줏대감 노릇을 해 왔다. “전국에 계신 노래자랑 가족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멘트로 문을 연 뒤 재치 있는 입담, 해학적인 표정과 몸짓, 출연자들과의 스스럼없는 소통으로 전국노래자랑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송해는 코미디계의 전설 고(故) 구봉서 배삼룡보다 한 해 늦은 1927년생으로, 국내 현역 연예인 중 단연 최고령이다.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데뷔한 후 코미디언과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서울 종로 수표로 일부 구간이 ‘송해길’로 명명되고 경북 달성에 ‘송해공원’이 조성됐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그의 일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이 개봉되기도 했다.

구순을 훌쩍 넘겨서도 왕성하게 활동해 온 국민MC 송해가 전국노래자랑 무대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한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후 체력 저하와 건강 악화로 인해 최근 입원 치료 중인데 제작진에 하차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송해의 전국노래자랑 시대가 막을 내릴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과 추억을 선사해 준 ‘영원한 오빠’ 송해에게 뜨거운 감사를 보내며 쾌유를 기원한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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