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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무투표 당선



출마한 후보가 뽑을 사람보다 적을 때 선거 없이 당선 처리하는 게 무투표 당선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데 이런 일이 생기겠나 싶지만 생각보다 많다. 6·1 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무투표 당선자가 494명이다. 전국 2324개 선거구에 7616명이 등록했으니 무려 6.5%가 벌써 당선됐다는 뜻이다.

단독 출마한 후보를 그냥 당선시키느냐, 별도의 투표를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장단점이 있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은 투표 없이 선거일에 당선인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오래된 정치 문화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5·10 총선에 단독 출마해 투표 없이 제헌의원이 됐다. 헌정 사상 첫 무투표 당선자였다. 60년 대선에서는 조병옥 민주당 후보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단독 후보가 됐지만 무투표 당선은 아니었다. 52년 제정된 대통령선거법에 따라 유권자 3분의 1의 득표를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각종 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이 적지 않게 나왔다.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기초단체장 중 대구 중구청장·달서구청장, 광주 광산구청장, 전남 보성군수·해남군수, 경북 예천군수는 이미 당선을 확정한 상태다.

언뜻 보면 무투표 당선은 후보에게 행운이고, 선거 비용을 줄여 정부 예산도 절약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방의원 지역구는 광역의원 1명, 기초의원 2명을 뽑는 곳이 많다. 양대 정당이 사이좋게 1명씩 공천하면 제3당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무투표로 당선된 단체장은 지역색 때문에 특정 정당이 너무 강해 상대 당의 승산이 없는 곳에서 나온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거대 정당의 나눠먹기로 전락하는 것이다. 게다가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후보는 공직선거법 275조에 따라 선거운동도 금지된다. 선거 비용을 절약한다는 명분에 헌법재판소도 합헌이라고 했지만 유권자에게는 깜깜이 선거에 불과하다. 말도 많고 손 볼 데도 참 많은 지방선거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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