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점점 줄어드는 엄마의 키



이청준의 소설 ‘축제’는 임권택 감독에 의해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팔순 노모의 장례를 치르면서 생겨나는 가족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개되면서, 우리 민족의 전통 장례절차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려주니 교육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습니다.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이상한 행동을 하니 주인공의 어린 딸이 할머니를 무서워하며 가까이 가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손녀는 아빠에게 할머니는 몸집이 왜 그리 작고 키도 왜 그리 자그마하냐고 묻습니다. 아빠 대답은 이렇습니다. “할머니도 예전에는 아주 크신 분이었단다. 그러나 아빠를 키우면서 당신의 키와 사랑과 지혜를 모두 아빠에게 주느라 점점 줄어드셨단다. 그리고 그걸 자녀들에게 다 주시면 사라지신단다.”

18세기 영국 부흥운동을 주도한 설교가 찰스 스펄전은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시기 위해 어머니를 창조하셨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인류를 구원하시려 당신을 줄이고 줄이셔서 사람이 되신 하나님, 눈으로 볼 수 없는데 어머니의 삶과 사랑을 통해 하나님을 봅니다. 가슴에 하얀 카네이션 달고서 불러봅니다. 그리운 어머니, 감사합니다.

김종구 목사(세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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