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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미술품·슈퍼카, 더 이상 부자 전유물 아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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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가의 미술품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금융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조각 투자 플랫폼’ 덕분이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비싼 미술품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어 2030 투자자를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부동산에 지친 투자자까지 눈길을 돌리면서 빌딩·슈퍼카·명품 시계·음악 저작권 등 다른 자산으로까지 투자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조각 투자 시장을 선도하는 자산은 미술품이다. 국내에서 조각 투자가 본격화한 지 3년여 만에 공동 구매액이 1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국내 4대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소투’ ‘테사’가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공개한 공동 구매 실적(모집 중인 작품 포함)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누적액은 963억원가량이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올해 4개월 동안에만 누적 공동 구매액이 310억원 이상 증가했다. 소투의 경우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 계열사인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데 5만5000여명의 회원 중 56%가량이 MZ 세대다. 2위 미술품 경매사인 케이옥션이 조각 투자 시장에 참여하면서 올해 누적 공동 구매액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익률도 비교적 높다. 아트앤가이드는 지금까지 78점 총 143억원어치의 미술품을 매각해 평균 수익률 32.3%를 달성했다. 평균 보유 기간은 10개월이다. 아트투게더는 21점을 매각해 50.4%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평균 보유 기간은 11개월이다. 소투는 평균 2개월 보유해 평균 16.86%의 수익률을, 테사는 10개월 보유해 7.6~40.2%의 수익률을 각각 냈다. 소투가 선보인 천경자 화백의 ‘여인의 시’에 돈을 넣은 투자자는 211.5%의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빌딩의 경우 가격의 등락 폭이 크지 않아 안정적인 조각 투자 자산으로 꼽힌다.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는 지금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기술센터·강남구 역삼동 런던빌(주택)·중구 광희동 르릿(호텔)·서초구 서초동 강남지웰타워·영등포구 여의도동 삼희익스콘벤처타워 총 5건의 빌딩을 상장했다. 이 중 지난해 9월 84억5000만원에 공모 상장했던 한국기술센터를 지난 2월 93억원에 매각해 10.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3일에는 런던빌 매각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101억원에 공모 상장한 런던빌의 예상 매각가는 117억원.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예상 수익률은 19.8%에 이를 전망이다.

슈퍼카처럼 색다른 자산도 조각 투자 대상이 됐다. ‘트위그’는 지난해 11월 1994년식 이탈리아산 슈퍼카인 페라리 테스타로사 512TR 차량을 국내 조각 투자 플랫폼 중에서는 최초로 선보였다. 대상 차량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익 중 34.4%의 권리를 보유하는 조건으로 1000억원을 공모했다. ‘피스’는 롤렉스에서 판매하는 시계 중 최상급 모델 11점을 묶은 집합 상품 소유권을 지난해 4월 1억1800만원에 공모한 뒤 같은 해 10월에 매각해 30%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모든 조각 투자 플랫폼이 수익을 내는 데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에 따른 수익과 실패에 따른 손실 모두를 투자자가 감내해야 하므로 투자 설명서를 꼼꼼히 분석하는 등 상품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콘텐츠 조각 투자 플랫폼 ‘펀더풀’ 투자자는 지난 4일 전시회 제작사가 작성한 투자 손실 공지문을 받았다. 펀더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행복한 눈물’로 이름을 알린 유명 팝 아티스트 로이 릭턴스타인 전시회를 바탕으로 5억원을 모집했지만 전시회, 관련 상품 판매 등 총매출액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펀더풀은 향후 회계법인 등을 통해 해당 전시회 프로젝트의 비용 항목 등을 감사할 예정이다.

조각 투자 시장이 초기인 만큼 투자자 보호 강화도 다수 플랫폼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뮤직카우’가 파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은 증권에 해당하므로 자본시장법에서 요구하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2018년 8월 사업을 시작한 뮤직카우는 사실상 증권을 사고팔면서도 3년 가까이 무허가 영업을 해온 셈이다. 금융위는 뮤직카우 서비스를 중지할 경우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제재를 보류하는 대신 6개월 이내에 투자자 보호 장치를 완비하라고 주문했다.

뮤직카우는 온라인 음원 판매 등 음악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수익을 받을 권리인 청구권을 만들어 거래할 수 있게 했다. 뮤직카우가 직접 고안한 개념인 데다가 이 회사는 유통 시장도 직접 운영하고 있어 사업 주체가 사라질 경우 투자자는 수익을 받아갈 수 없는 구조였다. 이는 뮤직카우처럼 조각 투자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파는 조각 투자 플랫폼 대부분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이에 해당하는 조각 투자 플랫폼의 경우 업체의 파산 위험과 투자자의 권리를 끊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상태다. 각 조각 투자 플랫폼은 자사의 사업 구조가 이에 해당하는지, 또 어떤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지 검토에 착수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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