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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우리의 미래



소파 방정환 선생을 비롯한 색동회는 1923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지정했고 우여곡절 끝에 1975년부터 5월 5일 어린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됐다.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시절 어린이날을 지정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더욱이 1923년 첫 번째 어린이날, 세계 최초 어린이 인권 선언문으로 불리는 ‘어린이 선언’이 발표됐다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처음으로 발표된 어린이 선언은 ‘어른들에게’와 ‘어린 동무들에게’로 구분해 어린이들을 각각 어떻게 대할 것인가와 어린이로서 어떤 생활을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이 선언을 바탕으로 그 후에 만들어진 ‘어린이헌장’ ‘어린이다짐’ ‘유엔어린이·청소년권리조약’ 등을 참고해 99년 4월 여러 단체가 함께 모여, ‘새천년어린이선언’을 만들었다. 이 선언에 평화와 생명, 특히 통일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변화된 시대를 어린이의 의미에 반영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오늘날에는 적합한 내용이 더 적절한 단어와 표현으로 만들어졌지만, 99년 선언이나 1923년 선언의 기조는 동일하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으로 대할 것이며 어린이들이 민족의 미래로서 자존감과 꿈을 가질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처음 어린이날 선언문이 만들어질 당시는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한창 부족할 때였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은 어린이를 중심으로 가정과 사회가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린이에게 지극한 관심과 정성을 쏟는다. 그럼에도 1923년 어린이 선언에 반영된 정신과 의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 우리가 어린이에게 쏟는 애정과 관심이 어린이를 진정으로 독립적인 존재로 대하고 있는 것인지, 어린이들이 진정으로 자존감과 미래의 꿈과 희망을 갖고 자랄 수 있는 사회인지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둘러싼 환경이 좋아졌고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 학교 폭력을 비롯해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언론 보도를 떠나지 않는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대우받지 못하고 미래 희망을 찾기도 힘든 아이들 모습이다. 어디 우리나라뿐이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아동학대와 아동노동력 착취, 더욱이 21세기 최악의 전쟁으로 말미암은 아이들의 고통 등은 차마 다 말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과연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을지,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나갈 세상을 그려주기가 쉽지 않다.

어린이는 확실히 우리의 미래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현재이다. 어른들의 현재는 아이들의 청사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어른들이 보이는 삶의 형태 가치 윤리 등이 어린이들의 미래를 좌우한다. 자신의 아이만을 위한 투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랑, 내 아이의 미래만을 위한 노력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기대하지 않은 곳으로 이끌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 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한다. 공동체의 생명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99년 선언은 어린이들에게 ‘많이 웃고 많이 뛰어놉시다. 모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연을 가까이합시다. 아끼고 살며, 여유 있는 마음으로 어려운 친구와 나눕시다. 다른 사람을 놀리거나 따돌리지 맙시다. 좋은 책을 읽고 아름답고 희망찬 꿈을 가집시다. 북녘 어린이를 친구로 여기고 사랑을 나눕시다’라고 말한다. 선언문을 살펴보며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이처럼 되기를 소망한다. 자신의 꿈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꿈과 희망을 지지하고 생명을 소중하게 품을 방법을 알려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호경 서울장로회신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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