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더불어 좋은 책이 우리 영혼을 풍성하게 한다”

서자선 광현교회 집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교회 인근 카페 화단에서 ‘읽기:록’을 저술한 얘기를 하고 있다. 도서출판 지우 제공












스스로 “날라리였다”고 밝혔다. 자녀를 입시학원으로 돌리고는 백화점으로 직행했다. 같은 처지의 전업주부들과는 주중에 골프장으로 몰려 다니기도 했다. 간신히 주일 성수는 하지만 구역예배는 거짓말하고 빼먹는 선데이 크리스천.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읽기:록’(지우·표지)의 저자, 서자선(57) 서울 광현교회(한상욱 목사) 집사가 책을 통해 ‘거듭나기’ 이전 모습이다. 지금은 다르다. 서 집사는 지난달 25일 광현교회 성도 7명과 함께 자신의 광진구 자택에서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두란노)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지역 교회 집사들과는 신학생들도 어려워하는 네덜란드 개혁주의자 빌헬무스 아 브라켈의 ‘그리스도인의 합당한 예배’(지평서원) 전집을 읽어오고 있다. 코로나 직전까지는 광현교회 대학부 청년들과 함께 ‘특강 소요리문답’(흑곰북스) 교리공부를 이끌었다. 독서 모임을 통해 한 달에 읽어야 할 책이 최소 5~6권, 모임 대부분은 서 집사가 좋아서 책을 사주고 커피를 내고 본인 집에서 식사와 간식을 대접하며 이끌고 있다. 성경과 더불어 좋은 책이 우리 영혼을 풍성하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자유함을 얻었습니다. 성경을 통해 말씀을 묵상하고 이해를 돕는 좋은 책을 읽습니다. 과거엔 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결핍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서를 꾸준히 하다 보니,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신앙 서적을 통해 진리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특히 신학책 등으로 제 존재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는 동시에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해지자 저만의 고유성, 하나님이 모든 인간에게 주신 잠재력과 고유한 은사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제 안에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사유가 풍성해지며 삶이 자유로워지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 말씀 그대로의 일입니다.”

기독교는 책의 종교다.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이 있어야 거듭날 수 있다. 성서의 이해를 돕는 양서를 통해 개인의 독서를 넘어 교회와 소모임 등 공동체와 대화를 통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 독서의 길에서 질문하는 신앙으로 지적 회심을 이루는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 중의 하나다. 서 집사와 같은 성도 개개인이 성경과 책으로 삶을 빚어가는 평생 예배자와 평생 학습자가 될 때 한국교회의 회복도 가능하다.

서 집사는 이젠 ‘독서 전도자’가 됐다고 밝혔다. 한 영혼이 귀하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독서를 통해 본인의 고유성을 발견하자 이는 곧 자녀들에게도 적용됐다. 아이를 통해 엄마가 입신양명하려는 욕망을 버리고, 아이에게 터무니없는 기대를 거는 일에서 자유로워지자, 그것처럼 행복한 부모 자식 관계가 없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의공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딸과 피아노 전공자 아들 역시 엄마가 책을 읽고 세계관을 확장한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서 집사가 교회의 다른 성도들에게 책을 읽자고 쫓아다니며 타인에 대한 존재감과 고유함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나아가는 것을 알게 됐다. 혼자만이 아닌 성도의 교제를 함께하는 독서 전도자, 서 집사는 자신의 고유성이 바로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서 집사의 독서 스타일

‘읽기:록’의 저자, 서자선(57) 서울 광현교회 집사는 전작주의자다. 한 저자의 책 모두를 각개격파한 뒤 다음 저자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주님의 인도를 느꼈다고 했다. 책을 읽고 얻은 깨달음과 사유, 성찰의 기록을 담은 ‘읽기:록’에는 신앙의 기쁨과 겸손의 열매를 맺게 한 복음주의 독서 이력이 소개돼 있다.

먼저 박영선 남포교회 원로목사의 ‘하나님의 열심’(무근검)이다. 서 집사는 “그동안의 삶은 내가 선택하고 이룬 것이 아니라,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의 열심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구원 그 이후’ ‘믿음의 본질’ ‘성화의 신비’까지 연달아 읽은 서 집사는 “처음 독서할 때는 번역서보다 국내 저자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마틴 로이드 존스를 만났다. 대표작 ‘마틴 로이드 존스의 부흥’(복있는사람)을 읽으며 옛날 수동 타자기를 칠 때 글자가 종이에 탁탁 박히듯이 성경 활자가 뚜렷하고 선명하게 눈에 박히는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서 집사는 “제 인생은 ‘부흥’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라며 “밤새 읽고 너무나도 희열을 느껴, 새벽 동트자마자 서울 강변역에서 뚝섬역까지 한강 변을 한달음에 달려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작주의 독서는 존 파이퍼의 ‘하나님을 기뻐하라’(생명의말씀사)와 ‘조나단 에드워즈 대표설교선집’(부흥과개혁사) 등으로 이어진다. 존 오웬의 ‘그리스도의 영광’(지평서원)도 빼놓을 수 없다.

서 집사는 비신자에겐 레프 톨스토이의 ‘인생에 대하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자신과 같은 여성 집사들에겐 ‘공부하는 엄마들’(유유)을 강력 추천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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