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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코로나 앓고 청소만 해도 숨차다면… 폐기능 검사해봐야

이동형 측정기를 활용한 호흡근육 및 폐기능 검사 장면. 코로나19를 겪은 후 집안일이나 운동을 할 때 이전과 달리 숨이 차거나 지구력이 떨어진다면 폐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코로나 후유증 중 피로감 이어 2위
대부분 호흡곤란으로 인식 못하고
피로감이나 수면문제로 오인
가벼운 호흡곤란은 수주 내 회복
코로나로 길게 입원했거나 합병증
기저질환자는 1년 이상 가기도

A씨(50)는 지난달 코로나19에 확진돼 1주일간 격리생활을 했다. 격리기간에 심한 목 통증과 가래 증상이 있었던 그는 격리해제 후에도 마른기침이 자주 나오고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았다. 특히 운동을 조금만 해도 숨이 가쁘고 심한 경우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진단결과 코로나 치유기간 폐조직이 손상돼 폐기능이 많이 떨어졌는데, 기존에 앓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연령대 정상인에 비해 폐기능이 50%나 떨어졌다는 의사의 말에 놀란 A씨는 호흡재활 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는 호흡을 보조해 주는 엠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을 이용한 폐 팽창 및 환기 훈련과 호흡곤란을 느끼지 않을 정도까지 근력·지구력을 늘리는 운동재활 치료를 함께 받았다. 한 달간 치료 후 폐기능은 60%까지 회복됐다. 빠르게 숨이 차는 증상은 이전보다 나아졌고 더 먼 거리를 운동할 수 있게 됐다.

A씨가 겪고있는 호흡곤란은 코로나19 후유증 가운데 피로감 다음으로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해외연구에서 코로나 회복자의 30~70%에서 호흡곤란 증상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재활의학과 박지현 교수는 2일 “지난해 발표된 메타(문헌)연구를 보면 코로나 확진 후 30일 경과 시점에 시행한 폐기능 검사에서 폐용적이 줄어드는 ‘제한성 폐질환’이 10~50%로 나타났고 산소·이산화탄소 교환 장애인 ‘폐확산능 저하’는 20%에서 많게는 80%까지 발견됐다. 평균 1개월 경과 시점에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폐기능 이상 소견이 나타났고 폐활량이 80% 이상 줄어드는 경과를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COPD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호흡곤란과 가래 등 증상이 악화되는 후유증을 보였다는 보고가 있으나 아직은 연구가 충분치 못한 실정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김치영 교수는 “국내에서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며 확진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에 주로 이전의 다른 변이들에 대해 진행된 외국 연구와는 그 양상이 다를 수 있다. 추후 연구결과들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폐기능 저하는 숨을 내쉬는 데 어려움을 겪는 ‘폐쇄성 폐질환’과 숨을 들이마시는데 곤란을 겪는 ‘제한성 폐질환’의 형태로 나타난다. 폐쇄성 폐질환에 의한 호흡곤란은 주로 천식이나 COPD 환자, 폐수술 환자, 흡연자 등에서 보고된다.

제한성 폐질환에 의한 호흡곤란은 최근까지 이슈가 됐던 가습기살균제 등 외부 물질 유입,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섬유화(폐가 딱딱하게 굳음), 감염에 의한 폐렴, 결핵 등을 겪은 이들에서 흔히 보인다. 호흡근육 자체의 위축이 진행되는 선천성 희귀질환(루게릭병 등)으로 숨쉬기 힘든 경우도 이 유형에 해당된다.

박 교수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은 주로 폐포(허파꽈리)나 기관지 등 폐조직 손상과 오랜기간 격리 및 중환자실 치료로 폐운동을 담당하는 근육의 근력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제한성 폐질환’의 패턴을 보이지만 폐쇄성 폐질환, 확산능 장애 등의 형태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들숨의 시작이 어렵게 느껴지고 가슴통증 기침 가래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김치영 교수는 “경도의 호흡곤란은 수 주 내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폐손상이 심하면 3~6개월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며 “입원기간이 길거나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환자, 고령, 기저질환자, 세균성 폐렴·정맥혈전증 등 합병증이 있었던 경우 호흡곤란 기간이 더 길어지고 1년 이상 간다는 보고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인 폐포는 일정 수준 손상을 입게 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만성호흡부전’ 상태에 놓일 수 있어 늦지 않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중증으로 진행되면 10m도 걷지 못하고 치료도 쉽지 않다.

코로나 완치 후 운동을 할 때 전과 비교해 호흡에 어려움이 있거나 지구력이 떨어진다면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한 폐기능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가벼운 호흡곤란은 근지구력이나 강한 수축이 필요한 심한 운동 시에만 생기지만 중증의 호흡곤란은 청소나 집안일 같은 일상생활 동작 수행도 힘들 수 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집안청소 시 걸레를 적시고 닦고 세탁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원래는 쉽게 하던 일들이 코로나를 겪은 후 숨이 차고 힘들어지는 것 같이 느낀다면 폐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호흡곤란이 지속되는 경우 호흡재활과 운동재활 치료의 병행으로 회복될 수 있다. 운동재활은 스트레칭, 유산소 운동(트레드밀 걷기, 계단 오르기 등), 근력운동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호흡곤란 증상, 피로도,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 환자 상태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며 초기 4~8주 권고된다. 호흡재활은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이용한 폐 평창 훈련, 기침 유발기 사용을 통한 보조 기침 훈련, 가래 배출 훈련 등이 포함된다. 가급적 호흡재활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재활치료사가 있는 호흡재활클리닉을 찾는 것이 권장된다.

박 교수는 “호흡곤란을 보이는 다수의 환자들이 스스로의 증상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피로감이나 수면 문제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밤에 증상이 악화되는 형태의 호흡곤란인 경우 (가스 교환이 제대로 안돼) 이산화탄소의 체내 누적으로 인해 의식저하 등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이전과 다르게 두드러진 호흡곤란 증상이 있으면 제때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가벼운 호흡곤란을 보이는 경우에도 남은 폐기능과 근력을 유지하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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