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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만성피로증후군과 증상 유사… 3개월 지속 땐 병원 진료를

게티이미지뱅크






감염원 잔류물·면역 이상 등 원인
인지행동·운동·약물로 치료 가능
환자 증상 따라 통합적 관리 필요

요즘 같은 봄철에 유난히 졸리고 자주 피곤하면 ‘춘곤증’을 의심한다. 사실 춘곤증은 의학적 질환은 아니다. 계절 변화에 신체 호르몬 대사 이상 혹은 신경계가 아직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일시적 증상이다. 춘곤증일 때 피로감과 집중력 장애, 권태감 등을 흔히 겪을 수 있고 매사에 무기력함을 느끼기 십상이다. 하지만 산책 등 간단한 일 후에도 쉽게 피로감을 느끼거나 몸이 처지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데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포함한 다른 질병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를 유발할만한 신체·정신적 질병이 없음에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피로가 6개월 넘게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재발할 경우 진단된다. 일상적 피로는 푹 자고 일어나는 등 충분히 쉬어주면 곧바로 기력을 되찾는다. 피로가 한 달 이상 가면 지속성 피로, 반년 이상 계속되면 만성 피로에 해당된다. 피로감과 함께 운동이나 힘든 일 후 권태감, 수면장애, 근육통, 여러군데 관절 통증, 두통, 인후통, 목·겨드랑이 임파선 누를 때 통증, 기억력·집중력 저하, 브레인 포그(머리가 안개 낀 듯 멍한 상태) 등이 동반된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이나 발생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단일 원인 보다는 여러 요인들에 의한 복합적인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 바이러스를 비롯한 각종 감염질환, 극심한 스트레스, 독성물질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확실히 입증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등 감염원 잔류물에 의한 지속적 손상, 면역체계 이상에 의한 전신 염증 반응, 호르몬 불균형, 자율신경계 혼란 등에 의해 만성피로증후군이 초래되는 걸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만성피로증후군 진단 기준이 정립되기 전에는 일부 환자들이 바이러스 감염 후 만성 피로와 무기력감에 빠지는 것을 보고 ‘바이러스후피로증후군(post viral fatigue syndrome)’으로 불렸다.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신우영 교수는 25일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서 급성 바이러스 감염 상태와 비슷한 면역체계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확인됐고 많은 환자들에서 헤르페스·풍진·콕사키·장 바이러스 등에 대한 항체가 증가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면서 “만성피로증후군의 직접 원인이 바이러스감염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만성피로증후군과 비슷한 ‘롱 코비드’

최근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코로나19 후유증이 새롭게 부각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회복 후 나타나는 피로 관련 증상들과 만성피로증후군 사이 유사성을 강조하는 연구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와 하버드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은 지난해 6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 감염에서 회복된 환자 중 일부는 만성피로증후군과 유사하게도 명백한 장기 손상 소견 없이 지속적이고 쇠약한 증상을 갖는 ‘롱 코비드(Long COVID·장기 후유증)’를 겪는다고 언급했다. 연구진은 “롱 코비드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체내 산화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산화-환원 불균형 및 전신 염증, 에너지 대사장애 소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산화 스트레스는 몸속에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증가해 일어난다. 활성산소는 감염 등으로 인한 해로운 물질을 없애기 위해 면역세포로부터 발생되는데, 면역체계 교란이 일어나거나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될 경우 활성산소가 과다해져 오히려 신체를 공격하고 만성 피로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또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테네시의대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임상내분비학저널 연구 논문을 통해 “롱 코비드와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감 근육통 우울감 수면장애 등 유사한 임상적 특징이 많이 발견된다”고 발표했다.

신 교수도 “코로나 후유증으로 가장 흔한 증상인 회복되지 않은 피로감과 기억력·집중력 저하, 브레인 포그, 근육통, 관절통, 두통, 수면장애, 운동 후 권태감 등은 만성피로증후군의 진단 기준과 매우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감염에서 완치된 후 수주~수개월(최대 3개월)이 지났는데도 해당 증상들이 지속되고 확진 전과 비교해 일상활동이 방해를 받는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만큼 병원 진료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다만 만성피로증후군의 직접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학계 입장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환자마다 서로 다른 증상들을 호소하기 때문에 표준치료지침이 정해져 있진 않다. 인지행동 치료(질환·증상에 대한 환자 인식과 태도, 행동 반응을 교정하는 방법)와 유산소 운동, 항우울제 치료 등이 있지만 모든 이들에게 한 가지 방법을 적용하진 않는다.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환자의 증상에 따라 체내 기능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통합적 관리·치료가 필요하다. 아울러 포괄적인 진찰과 검사를 통해 오랜 피로의 원인이 되는 다른 숨겨진 질환들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간의 피로와 떨어진 면역력을 회복하려면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식습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운동은 걷기나 수영, 자전거 타기가 좋고 가볍게 시작해서 서서히 운동량을 늘려가야 한다. 처음엔 하루 5~10분으로 시작해서 1회 30분 정도씩 주 3~5회 지속하는 것이 적절하다. 운동으로 피로가 더 심해질 경우엔 강도를 줄인다.

식품으로 건강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경우 의사와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영양제나 항산화 영양수액 주사를 처방받는 것도 도움될 수 있다. 커피나 홍차 같은 카페인 함유 음료와 술은 피한다.

신 교수는 “코로나 후유증은 무증상이나 경증 등 가볍게 앓고 지나갔더라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완치됐거나 격리해제된 이후 당분간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 일상이 힘들 정도로 만성 피로를 겪고 있다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속단하기 보다는 먼저 전문가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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