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설교 듣는 청각장애인들 “실시간 수어통역 영상 있었으면…”

수어통역 봉사를 하는 문성옥 서울 충현교회 집사가 지난 17일 충현교회 유튜브를 통해 한규삼 목사의 부활절 설교를 수어로 통역하고 있다. 충현교회 제공


“우리는 설교를 귀로 들을 수 없다. 설교를 ‘눈으로’ 듣는다.” 농인(聾人)들로 구성된 서울 충현교회(한규삼 목사) 에바다부 성도 정영미(50)씨가 19일 국민일보와의 모바일 메신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씨는 “우리는 청각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수어통역사 도움 없이는 예배 중에 하나님 말씀을 바로 들을 수가 없다”며 “여건이 되는 교회들이 농인을 위해 실시간 수어통역 영상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농인을 위해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교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어통역을 하는 일부 교회도 예배당 장애인 좌석 앞에 수어통역사를 세워 현장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정도다. 예배당 현장에서만 통역을 하면 농인들은 현장에서 강단의 목사와 통역사를 번갈아 보느라 목이 아프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본예배 설교를 수어로 통역해 영상을 만드는 교회는 극소수다.

그런 경우에도 수어통역사 모습을 아주 작게 넣는 경우가 많다. 정씨는 “농인들이 작은 화면으로 수어통역을 보면 이해도 어렵고 집중도 잘 안 된다”고 했다. 한 교회 농아부 사역자는 “한국교회에서는 봉사자 화면을 목회자 화면보다 크게 잡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충현교회 수어통역 담당 문성옥 집사는 “농인들은 ‘보는 말’을 쓰는데 이런 문제가 시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 농인 성도를 위해 어떻게 수어통역을 해야 할까. 충현교회 에바다부 담당 김유석(48) 목사는 “농인들에게 설교가 잘 전달되도록 수어통역사를 영상에 크게 노출하고 설교에 자막을 넣어 이해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수어통역사 영상담당자 자막담당자 3명이 동시에 봉사한다.

충현교회는 일반 성도를 위한 실시간 온라인예배 영상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예배 영상을 동시에 송출한다. 한국교회에서는 드문 사례다.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충현교회와 비슷한 형태로 설교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성남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는 설교자와 수어통역사 화면을 상·하단으로 제공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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