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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마라톤 ‘금녀’ 벽 깬 여성, 50주년에 또 완주

밸 로고셰스키(가운데)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마라톤 대회를 완주한 뒤 배번호 1972를 보이고 있다. 그는 1972년 보스턴마라톤이 처음 여성출전을 허용했을 때 참가한 8명의 여성 주자 중 한 명이다. 미국 CBS보스턴방송 캡처


75세의 한 여성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보스턴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걷고 뛰고를 반복하던 그는 결승선 10여m를 앞두고 마지막 질주를 했고 양팔을 번쩍 들며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며 풀코스를 완주했다. 50년 전 보스턴마라톤 ‘여성 개척자’ 8명 중 하나인 밸 로고셰스키다.

보스턴마라톤 여성 출전 50주년을 기념해 로고셰스키가 50년 만의 완주를 했다고 미국 CBS방송 로이터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생각해보면 50년은 긴 시간인데 너무 많은 발전이 있어서 짧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1896년 시작한 보스턴마라톤은 올해 126주년을 맞지만, 1972년에야 여성 참가가 공식 허용됐다. 이에 앞서 여성들의 투쟁이 있었다. 66년 로버타 바비 깁은 출전 불가 통보에도 불구하고 대회 당일 덤불에 숨어 남자 선수가 모두 출발한 뒤 ‘부정 출전’해 완주했다. 이듬해 캐서린 스위처는 당시 성별란이 별도로 없던 신청서로 정식 등록을 했다. 출발 직후 대회 조직위원장의 방해를 받았지만, 함께했던 남자친구와 코치의 도움으로 완주했다. 당시 사진이 퍼지면서 큰 반향이 일었고 보스턴마라톤 조직위는 72년 마침내 여성에게 문을 열었다.

로고셰스키는 50주년 기념으로 배번호 1972를 달고 뛰었다. 72년 여성 참가자는 8명에 불과했다. 로고셰스키는 “우리에게 시선이 집중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우리가 마라톤에 나서는 걸 원치 않았다”며 “우리는 누구도 중도탈락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고 모두 완주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는 1만2000명 이상의 여성이 참가했다. 로고셰스키는 “여성에게 어떻게 기회가 퍼져나가고, 여성들이 그 순간을 포착해 기회를 잡아냈는지 알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도전하라.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결승선에선 스위처와 72년 8명 멤버 중 한 명인 사라 매 버먼이 로고셰스키의 완주를 축하했다. 양옆에서 ‘고 밸 1972’(Go Val 1972) ‘치어 투 피프티 이어’(Cheer to 50 year) 문구가 적힌 녹색 천을 들고 함께 완주한 두 딸은 “엄마는 변화와 역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금메달레스트인 케냐의 페레스 제프치르치르가 여자부에서 2시간21분01초로 정상에 올랐다. 남자부에선 케냐의 에번스 체벳이 2시간6분51초로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달성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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