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정원 파격 감축·은퇴목사 수와 연동 고려할 만

호주연합교회(UCA) 산하 신학교인 연합신학대(UTC)의 3기수 졸업생 전원이 2016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3년 동안 케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호주 시드니 북부 성 요셉 기도원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UCA 제공


교세는 급감하고 있지만 신학대학원(신대원) 입학 정원은 교인의 폭발적 증가로 목사 수요가 급증하던 1980년대에 맞춰져 있다. 교회와 성도는 줄어드는데 너무 많은 목사가 배출되면서 연간 7000명을 웃도는 신대원 입학 정원부터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2018년부터 3년 동안 해마다 교단 산하 신대원 입학 정원을 4%씩 줄였다. ‘3년 12% 감축’은 꼬일 대로 꼬인 목사 수급 불균형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안으로 호평을 받았다. 교단 내부에서 추가로 12%를 줄이자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40% 이상 감축하자는 주장도 있다.

예장통합의 한 목회자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차제에 신대원 입학 정원의 40% 이상을 파격적으로 줄여 막힌 숨통을 뚫어야 한다”며 “목사가 많이 배출될 이유가 전혀 없는 시대”라고 밝혔다.

해외 교회의 목사 후보생 선발 과정도 참고할 만하다. 호주연합교회(UCA) 산하 신학교는 은퇴 목사 수와 연동해 신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매년 신입생 수가 다르다. 선발 과정도 까다롭다. 교단 산하 6개 신학교는 아무나 신입생으로 받아주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 생활을 하며 교회 봉사를 경험한 40~50대 교인이 당회에 목사가 되겠다고 지원하면 1년 동안 당회가 지원자의 소양을 검토한 뒤 ‘주(州) 총회 소명 확인 위원회’에 보고한다. 위원회는 은퇴 목사나 덕망 있는 장로 중에서 멘토를 정해 2년 동안 일대일 멘토링을 하며 지원자의 소명과 품성을 확인한다. 이를 통과한 지원자는 ‘총회 목회자 후보생 위원회’와 신학교·노회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2일 동안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다. 지원자는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한 뒤 정신 감정서도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과하면 이듬해 비로소 목사 후보생이 되고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목사가 되겠다고 말한 뒤 아무리 빨라도 4년이 지나야 신학생이 되는 셈이다. 목사 후보생이 되면 주 총회가 후보생이 학업과 목회 실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 교단은 목사 안수 후 3년 동안 목회자 케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김도영 호주 페이넘로드연합교회 목사는 “내가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동기가 6명이었다”며 “그해 은퇴자 수를 고려해 신입생을 선발했는데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목사 수급 불균형 같은 일이 생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입생 감축으로 줄어드는 재정은 대학 건물 임대를 통해 보전할 수도 있다. 광주광역시 호남신학대는 캠퍼스에 있던 빈 선교사 사택을 입주 예술가들에게 임대했다. 2013년 문을 연 ‘호랑가시나무창작소’는 비어있던 캠퍼스 내 건물을 예술가들의 작품활동 공간과 전시실,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조용현 호남신대 기획처장은 “예술가들은 좋은 환경에서 작품 활동할 수 있어서 좋고 대학도 임대 수익을 통해 재정을 확보할 수 있어 순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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