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목사 쏟아지는데… 신대원 정원 감축 감감

한 교단 소속 관계자들이 목사 안수식에서 목사후보생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주요 교단이 발표한 교세 통계를 보면 최근 들어 교인이 해마다 줄어드는 걸 알 수 있다. 교인만 주는 건 아니다. 교회 수와 재정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모든 수치가 우하향 추세지만 목사 수만 늘어나는 기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공통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총회장 류영모 목사) 통계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교세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연말 기준, 교인은 239만2919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을 기점으로 교인 수가 줄고 있는 예장통합은 2019년과 비교해 무려 11만4066명의 교인이 줄었다. 재정도 하락세다. 이 교단 교회들의 경상수입 결산액은 전년과 비교해 1060억8392만원 감소한 1조3089억9395만원으로 집계됐다. 늘어난 건 목사뿐이다. 예장통합은 전년 대비 목사가 275명 늘어 전체 2만1050명으로 나타났다.

예장합동 총회(총회장 배광식 목사)도 마찬가지다. 예장합동이 교단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9년까지 교세 통계를 보면 전년도인 2018년과 비교해 교회는 127개, 교인은 10만584명 준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목사만 460명 늘어 2만4855명이 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도 2020년 교회 수 6660개에서 이듬해 8개가 줄었고 교인도 5만6729명 줄어든 124만6239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목사는 같은 기간 239명 증가해 1만23명으로 조사됐다.

교세는 줄어드는데 목사만 늘다 보니 사역지를 구하지 못하는 ‘무임 목사’ 수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목회 환경이 더욱 위축되면서 ‘목사 이중직’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도 이런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결국 목사들이 사역할 곳이 줄어드는데도 신학대학원이 기존의 입학 정원을 유지하는 게 연쇄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신대원 지원율 하락→정원 미달→자질 부족 목사 양산→사역지 부족 현상 심화→이중직 목사 증가’ 등의 병폐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셈이다.

꼬일 대로 꼬인 난맥상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과감한 신대원 정원 축소여야 하는 이유다. 2020년 별세한 박창환 전 장로회신학대 학장이 생전에 ‘신학교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이런 숙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박 학장은 당시 “전국의 신대원이 3~5년 동안 신입생 선발을 일제히 중단해야 목회자 수급 조절에 성공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하지만 이런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교단과 신대원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3개 신대원 통합을 구상 중인 기감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조처를 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인데도 장기 계획으로 미루는 건 결국 개혁 의지가 없거나 매우 적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며 “신대원 구조조정을 위해 회의만 반복하면서 당장 해야 할 결정을 유예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우려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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