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113억 한동대에 기부하고 떠난 ‘99세 의사’ 장응복 장로가 남긴 소망은 “배워서 남 주세요, 벌어서도 남 주세요”

장응복 장로와 김영선 권사 부부는 전 재산 113억원을 6년에 걸쳐 한동대에 기부했다. 이들의 기부금으로 장학금을 받은 한동대 학생은 250명이 넘는다. 생전의 장 장로와 아내인 김영선 권사가 한동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인터뷰하는 모습. 한동대 제공


“배워서 남 주세요. 그리고 벌어서도 남 주세요.”

구순이 넘은 할아버지는 자신이 기부한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 이 말만큼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이 말대로 살다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젊은 시절 배운 의술로 평생 환자들을 돌보고 사람을 살리는 데 사용하고, 100억원 넘는 전 재산을 대학교에 선뜻 내놨다. 한국 기독교 초기 ‘전도부인’이었던 할머니를 시작으로 증손주까지 6대에 걸친 신앙 가문을 둔 그는 자손들에게 “누가 뭐라 해도 예수를 잘 믿어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달 초 99세 일기로 별세한 장응복 온누리교회 장로 이야기다. 미션스쿨인 한동대에 전 재산을 포함해 113억원을 기부했다는 소식 뒤에는 그와 아내인 김영선(93) 권사의 신앙과 숨은 선행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황해도 출신인 장 장로는 6·25전쟁 때 월남했다. 북한에 있을 때 딴 의사면허증으로 1960년대 초 서울 한남동에서 ‘장 의원’을 열어 30년 넘게 진료했다. 한남동의 첫 의사이기도 했던 그는 쉬는 날 없이 없다시피 했다. 궁핍한 시절이라 무료 진료가 태반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환자들을 돌봤다. 아프고 가난한 사람은 그저 돕는 것이라고 집에서나 교회에서나 귀가 닳도록 듣고 배운 터였다. 그의 아내 김 권사는 간호사로 그의 옆을 지켰다.

장 장로 부부는 지극히 검소했다. 집에 있는 물건들 가운데 10년 넘은 건 새것이라고 할 만큼 아껴가며 살았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은 일찌감치 기부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장 장로는 생전에 남긴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남한으로 피란 온 이후) 주위에서 도와주는 분이 많았다. 마치 누가 끈으로 잡아당기듯 도와줬다”고 회고하면서 부모님의 기도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벌어서 남 줘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배워서 남 주자’를 모토로 설립된 한동대는 그의 신앙적 가치관에 꼭 들어맞는 곳이었다.

장 장로 부부는 2015년 100억원 기부를 약정했고 그의 자녀들은 유산상속포기각서를 썼다. 그의 세 아들 가정은 흔쾌히 동의했다. 한평생 부모가 보여준 삶과 신앙의 모습 속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겼다.

장 장로가 지난 6일 별세한 뒤에는 많은 뒷얘기가 오르내린다. 대부분 숨겨진 그의 또 다른 선행들이다. 생전 장 장로와 가깝게 지냈던 강신익 지앤엠글로벌재단 공동대표는 16일 “장로님은 교육뿐 아니라 불우 이웃과 탈북민 등 소외계층에 관심이 많았다. 이들을 위해 알려지지 않게 도우신 일들이 무수히 많다”고 귀띔했다. 교회 관계자들과 통화할 때마다 ‘뭐 도와줄 일은 없는지’ ‘필요한 것 있으면 알려 달라’고 먼저 말하는 게 장 장로였다고 한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장 장로님 부부는 하나님만 바라보는 단순한 영혼의 힘을 가진 분”이라며 “얼마나 많은 걸 소유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걸 나눴는지 삶으로 보여주셨다”고 회고했다. ‘한남동 슈바이처’가 남긴 유산은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남긴 유산이기도 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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