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일정 기간 지나면 현지 교단과 협력… 자립의 길 터줘야

분송(왼쪽) 목사와 오영철 선교사가 최근 태국 매홍손 므앙노이교회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오 선교사 제공


오영철 태국 선교사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교사들은 도움만 주지 말고 헌금에 대해 가르쳐 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오 선교사와 동역하는 현지인 분송(68) 목사가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태국 최북단 도시 매홍손에 므앙노이교회를 개척한 분송 목사는 태국카렌침례총회 소속 목회자로 오 선교사와는 26년 동안 교제하고 있습니다.

분송 목사의 말은 이랬습니다. “과거 미국 교회는 병원과 진료소를 세우고 의료진을 파송했지만 이들이 떠난 뒤 현지 교회는 자립에 실패해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일정 기간 도움이 필요하지만 습관이 되면 약해집니다. 우리에게 헌금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선교지 자립을 위해 기본기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요청인 셈입니다.

그러면서 “한국 선교사들도 헌신과 헌금은 가르치지 않고 너무 많이 도와준다”고 꼬집었습니다. 오 선교사는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선교가 자칫 태국 교회의 자생력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돌아봤기 때문입니다.

1971년 케냐에서 선교계에 오래도록 남을 유명한 선언이 나왔습니다. 당시 동아프리카장로교(PCEA) 총무 존 가투 목사는 “서구 선교사들의 지도력과 재정 지원이 교회의 자립을 막고 있다”며 “아프리카 교회의 미래를 위해 선교사들이 5년 동안 철수하는 게 어떤가”라고 했습니다. ‘선교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기록된 역사적인 장면입니다.

서구 선교사를 추방하려던 게 아니고 아프리카 교회의 자립을 위해 5년 동안 후원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이후 교단의 모든 정책은 자립에 맞춰졌고 결실은 컸습니다. PCEA의 교세가 5배 가까이 성장해 교인 450만명이 넘는 전 세계 최대 규모 장로교회가 됐습니다.

필리핀그리스도연합교회(UCCP)도 같은 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습니다. UCCP의 지도자 낙필 감독이 문제를 제기한 뒤 교단이 연구를 시작해 ‘동반자 선교’라는 정책 문서를 발표했습니다. 해외 교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교회 예산의 22%를 모아 기금을 만들어 자립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선교지 자립은 선교의 목표와도 같습니다. 코로나19 3년 차를 지나며 우리나라 교회들도 긴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재정 지원이 줄 수밖에 없는 지금이 선교지 자립을 실현할 기회는 아닐까요. 선교사들이 현지 교단과 협력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자립의 길을 열도록 돕는 창조적 사역이 활발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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