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와 함께 우는…’ 긍휼을 베푼 사람들이 긍휼히 여김 받습니다

픽사베이




긍휼은 하나님의 성품입니다. 에베소서 2장 4절에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에게서 긍휼을 찾을 수 있다면 하나님 마음을 조금이라도 간직한 사람일 것입니다. 우리가 완성해야 할 인격의 덕목이기도 합니다. 긍휼은 헬라어 ‘엘레오스(eleos),’ 당연한 결과로 비참한 상태에 빠진 사람을 오히려 불쌍히 여겨 그를 돕는 미덕이라고 말합니다. 명설교가 토마스 왓슨은 “은혜가 죄 가운데 빠져있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호의라면 긍휼은 죄의 결과로 비참한 상태 속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애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팔복에서 예수님은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라고 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길 때 다른 사람이,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긍휼은 ‘이중적 축복’을 지닙니다. 긍휼은 때로 다른 사람의 처지가 돼 보고 어떤지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당신에게 평화와 기쁨이 없는 한 내게도 평화와 기쁨이 있을 수 없다’는 인식입니다.

긍휼이 이중적인 축복을 지닌다는 사실을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긍휼은 고요히 내리는 비처럼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다 함께 축복한다”고 말합니다. 포셔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말하는 대목입니다.

“긍휼(자비)이라는 건 강요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하늘에서 이 지상에 내리는 자비로운 비 와도 같은 것이지요. 긍휼은 이중의 혜택을 가지고 있어요. 우선은 긍휼을 베푸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긍휼을 받는 사람에게도 또한 혜택이 있는 거요. 긍휼이야말로 최고 권력자가 지니는 가장 위대한 미덕이라고 할 것이며 군주를 더욱 군주답게 만드는 것은 왕관보다 긍휼이란 거요. …긍휼은 하나님의 속성인 거요. 따라서 긍휼을 가지고 정의를 부드럽게 할 때 지상의 권력은 신의 권력에 가장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누구나 정의만 추구한다면 인간은 한 사람도 구원받지 못할 거요. 우리는 하나님께 긍휼을 기원하지만, 이 기원은 우리 상호 간에 긍휼을 베풀라고 가르치고 있는 거요.”(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4막 중)

베푸는 자도 받는 자도 모두 복을 받는다는 것은 성경의 진리입니다. 긍휼이야말로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긍휼함 없이는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이는 주기도를 통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것에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마 6:12). 우리는 용서받은 만큼 용서해야 합니다. 용서는 긍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입니다. 긍휼은 용서보다는 훨씬 더 큰 개념입니다. 요셉이 형들에게 팔린 후에도 그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 준 것은 긍휼 때문이었습니다. 다윗이 두 번이나 사울의 목숨을 살려 준 것은 그의 긍휼 때문이었습니다(삼상 24, 26장).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것도 긍휼 때문이었습니다. 긍휼과 용서는 단짝입니다. 다니엘은 “주 우리 하나님께는 긍휼과 용서하심이 있사오니”(단 9:9)라고 말합니다. 다윗도 긍휼과 용서를 아름답게 연결합니다(시 130).

긍휼한 마음이란 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 머물러 있는 마음입니다. 연민이나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재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경험으로 해법을 제시하거나 논리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상대의 아픈 감정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긍휼을 베푼 사람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입니다.

긍휼을 느끼기 위해서는 공감이 먼저입니다. 공감은 내 삶을 던져 타인의 고통을 함께하려는 삶의 태도입니다. 우는 자와 함께하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소망해보고, 그리스도를 향한 나의 마음에 대해 묵상해보세요.

1.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소망하는 메시지 보내기

심호흡하면서 “내가 안전하기를/내가 행복하기를/내가 건강하기를/내가 평화롭게 지내기를”이라고 천천히 말해보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당신이 안전하기를/당신이 행복하기를/당신이 건강하기를/당신이 평화롭게 지내기를”이라고 말하세요.
이젠 이 메시지를 특별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느낌을 갖지 않는 보통의 사람을 떠올리며 말하세요. 이어서 당신이 어려워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당신이 안전하기를/당신이 행복하기를/당신이 건강하기를/당신이 평화롭게 지내기를”이라고 말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이 생각을 세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보내십시오. “당신이 안전하기를/당신이 행복하기를/당신이 건강하기를/당신이 평화롭게 지내기를”

2. 용서를 위한 편지 쓰기

이 편지는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용서의 과정을 위한 것입니다. 편지를 쓸 대상은 현재의 ‘그 사람’이 아니라 나의 외상 기억 속에 새겨진 이미지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의 아버지, 어머니가 아니라 내 기억에 각인된 아버지상, 어머니상입니다. 마음에 상처를 준 사건을 하나 적습니다. 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가 가진 감정과 생각, 바람과 열망 그리고 당시 하고 싶었지만 못한 말, 당시 그 사건이 내게 미친 영향에 관해 쓰십시오. 상실에 대한 분노가 있다면 후련해질 때까지 글로 표현하십시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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