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사순절 까똑까똑 그만… ‘카톡 종교’ 탈출을

본디오 빌라도가 군중을 향해 가시관을 쓴 예수를 가리키며 “보라 이 사람이로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림은 안토니오 치세리의 ‘이 사람을 보라’(1871). 피렌체 근대미술관 소장


사순절 둘째 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매년 부활주일 전 40일 동안 예수님의 삶과 십자가를 묵상하며 영적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혼란스럽고 번잡했던 대선도 끝났습니다. 이제 사순절의 경건과 침묵 속으로 들어갈 때입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8)

예수님이 어렸을 때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던 갈릴리에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로마 군인들은 폭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당시 갈릴리 길가에는 폭동 가담자를 매단 십자가가 수천 개나 있었다고 합니다. 예수님이 성경에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한 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습니다. 고통스럽고 비참한 예수님의 길이자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면서 자기를 처형하는 이들을 욕하거나 보복하지 않으시고(벧전 2:23) 도리어 하나님께 우리의 죄에 대해 용서를 구했습니다.(눅 23:34)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를 지낸 로완 윌리엄스는 저서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에서 “십자가는 하나님 사랑의 초월적인 자유를 드러내는 표지”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사랑 용서 치유를 베푸셨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기간 예수님과 멀어졌던 우리를 돌아봅니다. 지나치게 자주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고, SNS에 나오는 대선 후보 소식에 조급해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봅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창에 올라오는 뉴스와 동영상에 몰입하면서 온갖 말을 쏟아낸 것 같기도 합니다. 예수님처럼 화해와 평화의 메신저가 돼야 할 우리가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부끄러워집니다.

최근 ‘카톡 종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카톡에서 오가는 편향된 정보를 신봉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고상섭 그사랑교회 목사는 13일 “정치의 시대에 카톡 종교가 활성화됐다. 성경적 세계관보다 정치인들의 프레임이 더 깊이 각인된다”며 “문화를 폭넓게 바라보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수용할 때 카톡 종교는 더 깊숙하게 교회 안에 발을 들여놓을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며 이 땅을 살아가는 순례자입니다. 사순절 기간 순례자로서 금식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올해는 미디어 금식을 권하고 싶습니다. ‘미디어 금식’은 TV 인터넷 모바일메신저 SNS 등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금식이 어렵다면 자제해 봅시다. 일정한 시간 또는 업무 시간에만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대신 성경을 묵상하고 성화를 감상하고 평화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화분에 물을 주고 기도를 하면 어떨까요. 매일 1시간 침묵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침묵할 때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 고요 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순절, 이 땅에 샬롬으로 오신 예수님을 깊이 묵상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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