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휴가 중 재판 걱정 태산… 하나님 의지하니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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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시 23)

시편 23편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성경 본문이다. 내가 아주 괴롭고 힘들었던 때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면 평안을 주신다는 체험을 하게 한 말씀이다. 약 15년 전 일이다. 대학교수로 일하던 남편은 안식년을 맞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연수를 하고 있었다. 사춘기에 있던 두 아이를 혼자 데리고 가 돌보고 있었다. 나는 법원 부장판사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매우 까다롭고 첨예한 사건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보, 아무래도 당신이 한 아이를 데려가야 할 거 같아. 내가 여기서 둘을 돌보기가 버거워.” 업무가 너무 많고 시간이 나지 않아 난감했다. 법원을 비운 사이 사건 심리 과정이 손댈 수 없을 지경으로 엉망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남편과 아이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 먼 곳까지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사람은 엄마인 나밖에 없었다.

온갖 고민을 하다 결국 휴가를 내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걱정했던 대로 법원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아이의 짐을 싸서 한국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한국에 돌아가려니 재판에 대한 내 걱정과 불안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질 지경이었다. 입국하던 때 내 모습은 불안과 두려움, 피로로 말이 아니었다.

나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무작정 시편 23편을 폈다. 23편 전체를 읽으면서 암송하기 시작했다. 비행 내내 23편을 암송하고 또 암송했다. 잠은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운항 시간이 11시간이 넘었으니 아마 이 시편을 수백번도 더 외웠을 것이다. 말씀을 암송하면서 나의 목자 되시는 주님이 나를 평안의 물가로 데려가 주시길 기도했던 것 같다. 두려움에 떨던 나를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셨던 걸까.

두려운 마음으로 출근했을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오랫동안 극명하게 대조되는 나의 그 두려움과 안도감을 오래 묵상했다. 나는 아주 작은 일에도 흔들리는 미약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하나님은 그런 내게 하나님을 의지하면 평안을 주시는 분이라는 걸 가르쳐주고 싶어하셨던 것 같다.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나는 말씀의 힘을 체험으로 알게 됐다.

이후에도 여러 상황을 대하며 언제나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묵상하며 이 말씀을 암송한다. 헌법재판관에서 물러나 변호사가 된 뒤다. 힘들어하는 비신자 의뢰인에게도 이 말씀을 권한 적이 있다. 그는 내 말대로 시편 23편을 열심히 읽었고 하나님을 믿기 시작했다. 종종 삶의 어려운 문제로 고민하는 교회 지인이나 친구를 만나면 같은 시편을 읽고 기도하길 권한다. 대부분 이 말씀 안에서 평안을 누리는 걸 지켜본다.

약력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헌법재판소 재판관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대전고법·부산고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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