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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주사기 톡톡 치지 마세요”… 시력 저하 ‘무균성 안내염’ 위험

안구 주사약을 뽑을 때 생기는 작은 공기방울을 제거하기 위해 주사기를 톡톡 치는 행위는 내부에 코팅된 실리콘오일을 떨어뜨리고 안구 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앙대병원 제공
 
일회용 주사기로 약물 뽑는 과정
공기방울 제거 위해 튕기는 행위가
코팅된 실리콘오일 분리를 촉발
약물과 결합되며 염증 유발 추정
루어록 주사기보다 7.9배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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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상실을 초래하는 황반변성이나 당뇨성 황반부종 등 노화성 망막질환이 크게 늘면서 실명으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약물을 눈 안에 주입하는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혈관-뇌 장벽(Blood Brain Barrier)으로 항생제 등 약물 전달이 어려운 것처럼 망막과 혈관 사이에도 벽이 존재해 전신 투여 방식으로는 약물을 눈까지 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10여년 전부터 바이오의약품인 항체 약물이 등장하면서 이런 안구 내 주사가 보편적 치료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눈을 벌리고 안약 마취 후 아주 얇은 주사기(30게이지)를 사용해 약물 0.05㎖ 정도를 안구(유리체) 안에 찔러넣는 방식이다.

대개 8~12주 간격으로 한 번씩 주사한다. 주사 시 조금 따끔할 수 있다. 또 마취로 인해 눈의 감각이 없으므로 눈을 뜨고 있으면 각막이 메말라 시리거나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취나 주사 후에는 되도록 눈을 감는 것이 권고된다.

문제는 주사 후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드물게 안구 안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 시력 저하로 이어져 병을 고치려다 되레 병을 얻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에 의한 ‘감염성 안내염’과 감염과 관련 없이 발생하는 ‘무균성 안내염’으로 구분된다. 감염성 안내염은 안구수술이나 외상에 의한 천공(구멍이 뚫림), 안구 주사 등으로 생길 수 있다. 실제 2020년 말 백내장 수술 중 쓰이는 점액성 탄성 물질(안구 조직 유지 역할)이 곰팡이균에 오염돼 안내염 환자가 집단 발생해 사회 이슈화된 적 있다. 또 약이 든 병(바이알)에서 주사기로 옮겨담는 과정에 감염이 생길 수 있고 환자의 면역 상태가 좋지 않거나 위생이 불량한 경우에도 연관이 있다. 이땐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해결된다. 감염된 병원균에 따라선 실명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런 이유로 요즘 안과엔 안구 내 주사 치료 중 감염을 줄이기 위해 약이 채워져 나오는 ‘프리필드(pre-filled) 주사기’가 많이 보급돼 있다. 환자들은 주사 후에 최대한 눈에 손대지 말고 위생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관건은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무균성 안내염이다. 감염성 안내염과 마찬가지로 심하면 유리체 혼탁 등 시력 저하가 생길 수 있고 수주에 걸쳐 힘든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간 주사되는 항체 약물 자체의 면역반응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명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되진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무균성 안내염이 주사기 종류와 특정 주사 행위에 의해 발생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계에 보고해 주목된다.

중앙대병원 안과 김지택 교수팀은 안구 내 주사 치료를 받은 498명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주사기를 쓴 후 발생한 무균성 안내염 발생 빈도를 분석해 국제안과학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에 사용된 주사기는 안과에서 흔히 쓰이는 ‘1㎖ 일회용 주사기(Profi syringe)’와 ‘1㎖ 벡톤 디킨슨 루어록 주사기(BD Luer-Lok syringe)’다. 주사된 항체 약물은 애플리버셉트 성분이다.

연구결과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한 215명 가운데 6명(2.791%)이, 벡톤 디킨슨 루어록 주사기를 쓴 283명 중에서는 1명(0.353%)만이 무균성 안내염 진단을 받았다. 일회용 주사기 사용자의 무균성 안내염 발생 위험이 7.9배나 높게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일회용 주사기 내부에 코팅된 실리콘오일(윤활제)에 주목했다. 과거 유리로 된 주사기 대신 최근에는 플라스틱이나 고무로 만든 주사기가 주로 쓰이는데, 고무의 경우 너무 뻑뻑해 윤활제를 코팅해 제조되는 게 일반적이다. 실리콘오일 자체는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아 주사기 윤활제나 망막수술 시 안구내 충전물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실리콘오일이 주사 약제와 접촉하게 되면 항체 단백질과 결합해 ‘실리콘오일-단백질 복합체’가 만들어지고 복합체 내에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 면역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사기 내부에 코팅된 실리콘오일은 그냥 두면 떨어져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주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사기를 ‘튕기는 행위’가 실리콘오일 분리를 촉발, 안구 내로 같이 주입돼 항체 약물과 결합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흔히 병에 든 항체 약물을 주사기로 뽑을 때 내부에 작은 공기 방울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제거하기 위해 의료진이 주사기를 톡톡 치게 된다. 김 교수는 “일회용 주사기 내의 실리콘오일 성분과 양, 주사기의 구조 등이 벡톤 디킨슨 루어록 주사기와 차이가 있고 주사기 튕기는 과정에서 실리콘오일-단백질 복합체 형성에 영향을 미쳐 안내염 발생률 차이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다른 발생률로 추정컨대, 루어록 주사기에서 실리콘오일이 떨어져 나오는 게 조금 덜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꼭 염증을 일으키지는 않더라도 떨어져나온 실리콘오일이 주사를 통해 눈 속에 들어가면 눈 앞에 뭔가 둥둥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이런 문제를 망막학회에서도 논의한 적 있다”고 했다.

현재 루어록 주사기는 비싼 가격 문제로 판매사가 병원별로 일부만 제공했을 뿐 국내 대부분 안과에서는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안구 주사 약을 뽑을 땐 공기 방울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주사기를 톡톡 치는 행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실리콘오일로 인한 무균성 안내염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김 교수는 “안구 내 주사를 많이 맞은 환자의 경우 안구 내에 실리콘오일이 다수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사 시 실리콘오일이 약물과 함께 눈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료계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른 나라에는 이미 보급돼 있는 애플리버셉트 프리필드 주사약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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