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속 우크라이나 “복음이 희망”… 성경이 동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성경과 교회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이 키예프 중앙광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기도하는 모습.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제공






“올해 보급할 분량의 성경은 이미 인쇄해 놨는데 벌써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어요. 이제 2월인데 말이죠. 어떻게 더 구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올해로 21년째 우크라이나 성서공회에 몸담고 있는 아나톨리 레이키네츠(43·사진) 사무차장이 털어놓은 고민이다. 지난달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호주 성서공회 뉴스매체인 ‘이터너티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그는 비슷한 시점에 미국 성서공회 CEO인 로버트 브릭스 회장과 나눈 대화에서도 “지난 몇 주 동안 목사들과 (가톨릭) 사제들이 성경을 사려고 키예프(키이우)에 있는 성서공회 매장에 몰려들었다. 재고가 소진돼 성경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성서공회 지부가 들어선 이래 성경 품절 사태까지 우려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레이키네츠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쟁의 공포가 엄습한) 현 상황이 사람들로 하여금 물질적 생활 그 이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에 일요일이나 토요일, 또는 주중 저녁에 성경 공부를 하면 개신교든, 정교회든, 가톨릭 신자든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을 들려줬다. 레이키네츠는 자신의 교회를 찾아온 세 아이를 둔 40대 중반 부부를 맞이했다. 그들은 러시아 침공의 도화선이 된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 출신이었다. 수년 전 내전으로 다른 가족을 여러 명 잃었던, 전쟁의 참혹함을 체험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십자가만 보고 교회로 들어왔다. 교회에 다녀본 적도, 성경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 가족은 그날 저녁 예정된 성경 공부에 참여하고 싶어했다.

레이키네츠는 “많은 이들은 지금 기도하고 싶어하고 희망이나 위안을 주는 메시지를 듣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 주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복음에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레이키네츠는 위안을 얻으려고 교회를 찾아온 이들에게 시편 31편 21절의 말씀을 자주 나눈다고 했다. “여호와를 찬송할지어다 견고한 성에서 그의 놀라운 사랑을 내게 보이셨음이로다.” 그는 “이 말씀을 나눌 때 많은 이들이 ‘마치 2022년 지금 여기 키예프가 처한 상황을 두고 쓰인 위로의 말씀 같다’며 놀라워한다”고 전했다.

레이키네츠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이 생애 처음으로 성경 말씀을 경험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쟁에 대한 불안한 마음에 많은 이들이 교회로 몰리자 목회자들이 이들을 위해 성경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다양한 종파의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중순 복음주의 신자들이 드린 예배는 현장 예배 참석자 1000여명 외에 유튜브를 통한 예배자만 4만5000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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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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