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떠난 선교사들 접경서 지원 사역 계속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이 인접 국가로 피신하면서 한국인 선교사들은 이들을 돕기 위한 피난민 사역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로 떠나는 피난민들이 이창배 선교사가 우크라이나 리비브에 세운 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소평순 이창배 선교사 제공


몰도바 키시너우의 현지인 교회에 모인 피난민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소평순 이창배 선교사 제공


지난 13일 0시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긴급 발령했다. 한국인 선교사들도 선교지 철수가 불가피했지만 이들의 사역은 멈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인접 국가 간 국경에 머물면서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돕고 있다.

2013년부터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사역 중인 소평순 선교사는 지난 14일부터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에 있다. 우크라이나 남쪽과 국경을 맞댄 몰도바엔 파송 단체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지부가 있다.

소 선교사는 1일 메신저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피난민들은 끔찍한 공포에서 벗어났지만 두고 온 가족, 군대에 징집된 아버지, 아들과 생이별했다는 사실에 눈물만 흘리고 있다”며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당초 동부 돈바스 지역이 위험하다고 예상했는데 러시아 군대가 전국 83곳에 미사일 포격을 퍼부으면서 필요한 물건만 챙겨 급하게 피난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과 한국교회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우크라이나 현지인들의 반응도 공유했다.

소 선교사는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전쟁반대 평화시위를 했다는 한국의 뉴스와 그 내용을 현지인들에게 번역해 보여줬다”며 “우크라이나 성도들은 지지의 힘을 얻었다며 감사의 말씀을 한국교회와 국민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브에서 사역하던 이창배 선교사도 지난달 한국에 들어왔지만 현지 동역자들을 통해 피난민을 돕고 있다. 이 선교사는 “리비브는 폴란드 국경과 인접해 있다. 차량으로 1시간30분 거리”라며 “폴란드로 가는 길목이라 피난민들에게 숙소와 예배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피난민들은 3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이 선교사의 교회 숙소에 이틀 내지 사흘 정도 머물다 떠난다. 동역자들이 이들과 함께 기도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는 게 이 선교사의 전언이다.

조만간 이 선교사는 폴란드로 떠나 피난민을 도울 계획이다. 폴란드 카토비체엔 이 선교사의 지교회가 있다. 일자리를 찾으려고 폴란드로 떠난 우크라이나 성도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세운 교회다.

기독교한국침례회도 우크라이나 한인회장인 FMB 소속 한재성 선교사가 불가리아로 이동해 피난민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피난민은 36만명으로 추산된다. 유엔은 장기전이 될 경우 4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소 선교사는 “고통 받는 나그네와 같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도와주길 바란다”며 “신약성경 감자 쌀 밀가루 소금 설탕 휴지 등을 구입하도록 후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교회와 선교사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지 선교계의 전망이다. 소 선교사는 “전쟁 트라우마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해 현지 심리 전문 상담가 지원이나 전쟁고아 돌봄 등도 중요한 사역”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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