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시간을 거친 후 맺는 성령의 열매 ‘온유’

픽사베이




‘온유’의 사전적 의미는 ‘성격이나 태도가 온화하고 부드럽다’입니다. 온유한 사람은 말 그대로 ‘타인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간혹 ‘온유한 사람’을 연약한 사람, 줏대 없는 사람, 고분고분한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온유는 무기력이나 연약함과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강한 것을 부드럽게 하고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끝까지 이겨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온유함은 절제된 성품이지 연약함은 아닙니다. 절제력의 상실은 곧 온유함의 결여입니다. 즉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 온유입니다.

그러나 온유는 태어날 때 자연적으로 가지고 나오는 성품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믿은 후에 성령으로 길들여진 성품,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변화된 성품입니다. 온유는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 된 모습을 깊이 깨달은 사람이 자신에 대해 가지는 겸손한 마음의 태도입니다. 온유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 죄를 깨닫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로 만들어집니다. 온유는 성령을 따라 순종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성령의 열매입니다. 모세, 아브라함, 요셉, 다윗은 천성적으로 온유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지속적으로 만들어진 훈련의 결과로 온유한 마음을 가진 것입니다. 온유는 광야의 시간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축복의 땅입니다.

성경엔 병을 앓아 고열로 고생하는 사람의 열이 치료로 잡힐 때, 거센 돌풍이 부드러워졌을 때, 야생마가 길들여졌을 때 ‘온유해졌다’는 헬라어 ‘프라우스’를 사용했습니다. 힘 조절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참을 수 있는 힘, 조절할 줄 아는 힘, 다스려진 힘이 성경이 말하는 온유입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물리적이거나 정신적인 힘이 잘 조절돼 인격 속에 구현되는 덕입니다.

예수님은 “마음이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마 5: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땅을 기업으로 받는다’는 것은 부동산이 생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주님이 주시는 사명을 전심으로 따를 때, 이 땅에 주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 주님의 나라가 바로 그 사람의 유업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은 모세가 이 세상의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온유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더라.”(민 12:3) 하지만 모세의 천성은 결코 온유하지 못했습니다. 이집트의 왕자로 있을 때 누구보다 혈기왕성했고, 온유한 자가 될 때까지 광야에서 배우고 훈련하며 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온유란 순종의 열매를 맺기까지 우리는 광야의 시간을 거쳐야 합니다.

특히 ‘온유’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성품입니다. 온유는 내적인 강한 힘입니다. 온유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따뜻한 마음입니다.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성품이지요. 온유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리더십입니다. 외적인 강함은 경쟁을 부추기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절시키지만, 온유함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줘 우리의 지경을 넓혀 줍니다.

미국의 신학자 리처드 마우는 ‘무례한 기독교’에서 “온유는 그리스도인이 잃어버린 소중한 성품 중 하나”라며 “남을 존중하고 좀 더 온유한 사람이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외적으로 강한 사람이 아니라 온유한 사람에게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봅니다. 온유한 자는 사람들을 자신의 올바른 믿음으로 설득하거나 선교하지 않아도 그의 온유함이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때문입니다.

온유는 하나님 앞에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한 마음입니다. 온유함은 비겁함도 아니며 자신감의 결여도 아닙니다. 온유함은 그저 인간적인 친절함도 아닙니다. 온유한 사람은 하나님의 섭리를 겸손히 받아들이고 하나님께서 인도하는 삶이 고난의 길이라도, 혹은 나의 뜻과는 반대되는 것이라도 가장 선한 것임을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온유한 사람은 하나님의 뜻 앞에 전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사람입니다.

온유한 사람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길들여진 사람입니다. 온유한 마음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으로 성취할 수 있으며 성령의 은혜로 배우고 훈련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성경은, 힘은 있지만 그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너진 성읍과 같다고 했습니다.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 16:32) 다음 질문에 답을 쓰면서 내가 생각하는 온유한 마음은 무엇인지, 온유한 마음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1. 내가 생각하는 온유한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요?

2. 온유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3.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4. 나를 훈련 시키는 ‘광야’는 무엇인가요?

5. ‘광야’를 헤쳐 나가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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