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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동 보호는 ‘아동 중심’이어야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아도 진술 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특례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한한다는 등의 이유였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지원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이뤄졌다. 앞으로 성폭력 피해 아동은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법정에 직접 출석해 수차례 피해를 진술해야 하고, 가해자 측의 반대신문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성폭력 피해 아동이 겪을 2차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 과정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거나 지켜본 사람이라면 피해자, 가해자 모두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재판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양측은 각자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다투게 된다. 숨도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엄숙한 분위기 속의 법정에서 피해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해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아동이 얼마나 되겠는가. 가해자 측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질문들로 피해자를 몰아붙이거나, 쏘아붙이듯 공격적으로 질문하는 상황에서 감정 변화 없이 진술을 이어갈 수 있는 아동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이 받는 2차 피해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다.

아동은 자신의 피해 양상을 제대로 진술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법 절차 과정에서 아동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조력은 필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1항에서는 성폭력 피해 아동의 진술을 촬영해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0조 제6항에 따라 이렇게 촬영된 진술녹화 동영상을 증거로 쓸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7조에 따라 학대 피해 아동 역시 동일한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조에서는 ‘법원, 행정당국, 입법기관 등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 최상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아동을 성적 착취 및 학대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다.

이번 헌재 결정이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 최상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이라도 아동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아동 중심의 법적 보완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아동의 범죄 피해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인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정순 굿네이버스 사업운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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