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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통가 근육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영하 8도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상의를 벗고 개막식에 참석해 우리 국민에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있었다.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의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선수 피타 타우파토푸아(38). 키 1m90㎝, 체중 90㎏의 탄탄한 체격에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해 ‘통가 근육맨’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처음 출전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 상체를 드러낸 전통의상 투페누를 입고 개막식 기수로 등장해 유명인사가 됐다. 코코넛 오일을 잔뜩 바른 근육맨은 리우에 이어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는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매번 올림픽 성적은 예선 탈락으로 변변치 않았지만, 그는 통가를 전 세계에 알리는 1등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화산 폭발과 지진해일로 피해를 본 조국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인구 10만명의 통가에선 지난 15일 대규모 해저화산이 폭발했다. 수도 누쿠알로파에서 북쪽으로 65㎞ 떨어진 훈가하파이섬 인근에서 치솟은 화산재는 직경 300㎞ 범위에 퍼져 현지는 낮에도 밤처럼 어둡다고 한다. 타우파토푸아는 당시 호주 애들레이드에 머물고 있어 무사했지만 통가와의 통신이 두절되면서 가족과 연락도 끊겼다. 그는 지난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직 베이통고에 계신 아버지와 하파이에 사는 가족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는 통가 내 인구 5500명의 하파이 군도 총독이다. 그는 “현재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것이며, 이는 이 일을 알리고 원조를 요청하는 것”이라면서 “피해 복구를 위해 도움이 필요한 통가 사람들을 우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가의 통신이 끊긴 탓에 지금까지 정확한 인명 및 재산 피해 등 구체적 상황도 전해지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주변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지금 통가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통가의 근육맨이 다시 웃통을 벗은 채 활짝 웃으며 다음 달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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