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대담] “우리는 미래현재형 사람들… 미래에 이뤄질 것 믿고 현재를 살자”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교회 웨스트채플에서 팬데믹의 영적 의미와 교회 대응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오 목사는 “우리가 사역의 배를 몰다가 좌초됐을 때 흙바닥을 연구해봐야 소용없다. 은혜의 만조가 밀려와 배가 두둥실 떠야 문제가 해결된다”면서 “한국교회도 어떻게 하면 은혜의 만조가 밀려올 것인가, 어떻게 하면 하나님께서 신적 개입을 하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는 11일 국민일보와 가진 신년 대담에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 복음의 능력을 체험하는 길과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강조했다. 오 목사는 인터뷰 내내 교회의 역사적 책임의식과 그리스도의 온전함, 신적 개입, 고난 앞 동지애 등을 강조했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팬데믹이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고 말한다. 코로나 사태는 하나님의 어떤 뜻이 들어 있는가.

“코로나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역사의 불청객이다. 제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만한 역사적 변곡점의 엄청난 동인(動因)이 아닐까. 이럴 때일수록 역사적 시각이 필요하다.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장로는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순간의 시간을 하나님의 시간으로 붙잡아 역사를 바꿨다. 성령으로 새롭게 거듭난 크리스천도 팬데믹 시대의 현상만 보고 판단하는 ‘팩트 리포트(fact report)’가 아니라 ‘페이스 리포트(faith report)’를 써야 한다. 공동체적으로 한민족의 역사 앞에서 말이다.”

-사랑의교회는 목회 방향을 위드 코로나를 넘어 비욘드(beyond) 코로나로 잡았다.

“한국교회뿐 아니라 성도 한 명 한 명도 코로나의 강, 물리적 영적 정치적 세계사적 아바르(경계선)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이 시기 우리는 온전하지 않지만 그리스도의 온전함을 사모하면서 가야 한다. 사랑의교회는 1월 텔레이오스(teleios·온전한) 개인 양육 사역을 시작했다. 3000여명의 순장, 소그룹 리더들이 1주일에 1시간, 5주를 투자해 6개월간 전도대상자를 만나 일대일로 양육하기로 했다. 그래서 비욘드 코로나 시대는 주님의 심정을 더욱 깨닫고 예수님을 닮아가며 성숙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팬데믹 시대 소그룹이 강한 교회가 선전하고 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교회만큼 강력한 공동체가 없다. 그 강점을 살려야 한다. 수선대후, 즉 선대의 강점은 지켜내고 후대는 키워야 한다. 사명비상, 주신 사명을 가지고 한국교회가 다시 비상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회복을 넘어 부흥으로 가지 않을까.”

-지난 연말 특별새벽부흥회(특새)를 했는데 매일 6000여명이 모였다.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도 새생명축제에서 2557명이 결신했다. 브라질에서는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했다.

“특새 때는 우리도 놀랐다. 그만큼 성도들의 영적 갈증이 심했다는 말이다. 거룩한 영적 폭발이 있었다.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인 CAL(Called to Awaken the Laity) 세미나는 1986년 시작해 올해 35주년이 됐다. 전 세계 어느 세미나가 117기가 될 때까지 응집력 역동성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가. 브라질 세미나 현장에는 500여명, 온라인으로 2만명이 참석했다.”

-청년 사역, 다음세대 사역에 관심이 많다.

“요즘 사역자들을 보면 사역에 감동이나 온기가 없고 메말라 보인다. 소위 파토스(pathos)가 없는 것이다. 우리 세대만 해도 주님을 향한 그리스도의 주님 되심에 대한 실체적 경험이 있었기에 그렇게 살아보자는 결단이 있었다. 기적은 논리성과 합리성으로 되는 게 아니다. 온전히 순종할 때 하나님이 신적 개입을 하시는 것을 경험한다. 이렇게 되면 페니실린 곰팡이가 사람을 살리듯 영적 변화가 나타난다. MZ세대도 하나님의 신적 개입을 기대했으면 좋겠다. 예수님만으로 참 만족을 누리는 순전하고도 거룩한 ‘바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우리는 지금 현재를 가지고 장래를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에 이루어질 일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는, ‘미래현재형’을 사는 사람들이다.”

-신앙생활에서 은혜를 각별히 강조한다.

“신앙생활은 성령님을 통해 자기 약점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교회 안에 자기 절제에 강하고 사회적으로 똑똑한 사람이 많다. 사도 바울은 은혜받기 전에 훌륭한 종교인이었다. 문제는 자기 절제가 자기 의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을 비판하게 된다. 그래서 스데반을 죽이지 않았던가. 교인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교회에 와서 사역 잘하려 하지 마라. 은혜받는데 먼저 선수가 돼라’고 당부한다. 찬송 한 절을 불러도 눈물 나고, 말씀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교회 생활하는 게 기쁘고 감사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만 생각하면 가슴이 울컥해야 한다. 은혜에 관한 한 영원한 채무자가 돼야 한다. 자기 의로 서로 비난하는 태도를 멈춰야 한다. 아군끼리 싸워서는 안 된다. 코로나 이후는 아군 의식, 동지애, 전우애를 가지고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지난해 사랑글로벌아카데미를 설립해 135명의 졸업생이 나왔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많은 사람을 훈련하지 않으셨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 등 예수님의 심장을 느낀 소수를 키우셨다. 사랑글로벌아카데미도 하나님 나라의 강력한 사관생도, 영적 사관생도를 키우기 위해 시작했다.”

-그동안 복음적 평화통일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20여년 전부터 복음적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한인 목회를 하다가 한국에 나온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두 아들 중 하나는 목사고 하나는 내과 의사다. 둘 다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도 남북문제에 기여할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기도한다. 남북문제도 ‘사람을 어떻게 살리는가’ 하는 관점이 사역의 시작이요 끝이 돼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아무리 애를 써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주님이 신적 개입을 하시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들이 벌어진다. 비욘드 코로나 시대, 남북문제에도 복음주의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책 제목처럼 ‘열정의 비전 메이커’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목회 철학을 말씀해 달라.

“신앙의 4대로 어릴 때 아버지의 작은 교회를 섬겼다. 서울 내수동교회 대학부를 이끌다 미국 유학 생활을 어렵게 하면서 깨달은 게 목자의 심정이었다. 교회를 다닌다고 모두 그리스도인은 아니다. 성경을 믿어야 진짜 그리스도인이 된다. 십자가 신앙을 흔히 형벌신학, 재판신학이라 부른다. 하나님은 재판장이시고 예수님은 죗값을 치르고 돌아가신다. 그런데 아들이 죽는데 아버지가 위에서 재판이나 하는 게 맞나. 아들의 죽음 앞에 아버지의 가슴에는 더 큰 구멍이 났을 것이다. 이를 어느 순간 깨달으면서 신학적 프레임을 깨고 주님의 심정을 알게 됐다. 이게 평생 목회 철학이 됐다. 목회는 ‘어떻게 하면 주님을 더 기쁘시게, 더 사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날마다 목이 메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이 개입하셔서 한계 없는 사역의 물꼬, 은혜의 봇물을 터지게 하신다.”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

“에반젤리즘(Evangelism·복음전도)과 디사이플십(Discipleship·제자도)이다. 과거에는 전도폭발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우리는 제자훈련을 통한 전도폭발(Discipleship Explosion)로 가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가야 할 정도(正道)다. 결국 교회는 복음을 전하는 삶과 일꾼을 삼는 삶 두 가지가 똑바로 서야 한다. 나머지는 그 시대의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강단에서 거룩한 글로벌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국주의는 잘못된 것이지만 글로벌한 제국적 마인드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제국은 표준을 만들고 길을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복음의 전사들을 통해 코로나의 벽을 뚫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예배시간에 늘 이렇게 외친다. ‘오늘도 모니터를 관통하는, 코로나 이후 모든 담도 관통하고 모든 사역을 뛰어넘는 은혜를 달라’고 말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사명의식을 갖고 몽골의 기마전사, 대영제국의 해양전사보다 더 강력한 복음의 전사들이 되게 해달라고 말이다.”

-코로나 이후 교회가 지켜야 할 원칙은.

“7가지를 들 수 있다. 성경의 절대적 권위,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성령의 능력과 주권, 거룩한 공교회의 중요성, 세계선교의 절박성, 평신도 사역의 소중성, 가정의 가치와 믿음의 세대 계승이다. 조심해야 할 5가지는 양의 탈을 쓴 이단, 동성애, 공산주의, 극단적 이슬람, 안티 기독교다.”

-코로나 시대 성도들에게 추천하는 성경 구절이 있다면.

“시편 68편 19절 ‘날마다 우리 짐을 지시는 주 곧 우리의 구원이신 하나님을 찬송할지로다’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주님은 날마다 우리 짐을 져주신다. 최근 묵상 구절은 사무엘하 23장 4~5절이다. 언약의 백성은 비 온 후 새싹 같고 점점 돋는 햇빛 같다. 인생도 삶도 꿈도 교회도, 우리의 미래도 점점 돋는 햇빛 같은 비 온 후 새싹같이 신선해야 한다. 그래서 카이로스(하나님의 때)의 시간이 돼야 한다. 순간을 하나님의 시간으로 붙잡는 축복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