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영성 작가] 가장 귀중한 유산 자녀에게 주고 싶다면 사랑의 예수를 전하라

게티이미지뱅크














19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찰스 디킨스(1812~1870·아래 사진)는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은 ‘물질’이 아니라 ‘신앙’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1849년에 쓴 ‘예수의 생애’ 도입부는 어린 자녀를 무릎에 앉히고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아, 아버지는 너희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에 관해 꼭 알려주고 싶단다.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은 그분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살았던 사람 중에서 그처럼 선하고 자비롭고 다정한 분은 결코 없었단다. 그리고 죄인들과 여러 면에서 병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보다 더 불쌍히 여긴 사람은 여태껏 아무도 없었단다.”

‘예수의 생애’는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녀들이 아버지의 생각을 영원히 간직하도록 하기 위해 쓴 책이다. 책은 자손들에게만 읽히다 1934년에야 세상에 공개됐다. 사복음서를 넘나들면서 재구성한 ‘예수의 생애’는 가족에게만 읽히기 위해 기록한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하다. 자녀들뿐 아니라 디킨스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고 정리하기 위해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수를 삶의 모델로

디킨스는 자녀들 인생의 모델로 삼아야 할 분으로 예수님을 선택했다. 그는 예수님을 ‘지금까지 살았던 사람 중에서 그처럼 선하고 자비롭고 다정한 분은 결코 없었단다. 죄인들과 여러 면에서 병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보다 더 불쌍히 여긴 사람은 여태껏 없었단다’라고 소개한다. 또 예수가 12명의 가난한 자를 제자로 선택한 과정을 소개한 뒤 신앙인 부모가 자녀교육의 텍스트로 삼을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난한 남자 가난한 여자 혹은 가난한 아이 앞에서 으스대거나 그들을 매정하게 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만약 그들의 행실이 나쁘다면 그들에게 상냥한 친구와 따뜻한 가정이 있고 더 나은 가르침을 받았더라면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거로 생각하거라. 따라서 언제나 친절한 설득의 말로 그들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언제나 그들에게 가르쳐주고 가능한 그들을 구원하도록 노력하거라. 그리고 사람들이 가난하고 비참한 자의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 한다면 그들 한가운데로 내려가 그들을 가르치신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고 그분의 보살핌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떠올리거라. 그리고 언제나 그들을 가엾게 여기고 가능한 한 좋게 생각하거라.”

또 디킨스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대해서도 자녀들에게 분명하게 말해준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에게도 항상 선을 행하는 것이 기독교란다. 우리의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모든 사람을 대하는 것이 기독교란다. 상냥하고 자비롭고 용서를 해 주며 그러한 미덕을 우리 마음속에 조용히 간직하고 그 사실을 절대 자랑하지 않는 것, 또는 우리의 기도나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절대 자랑하지 않는 것, 그리고 겸손하고 묵묵하게 올바른 일을 함으로써 주님에 대한 사랑을 보여 주는 것이 기독교란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일을 행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교훈을 기억하고 그를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한다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와 실수를 용서해 주시고 우리가 평화롭게 살다 죽게 해 주실 거란다.”

‘예수의 생애’에서 드러난 신앙관은 그가 남긴 열다섯 편의 장편소설, 다섯 편의 중편소설, 수백 편의 단편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소외 계층의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작품을 통해 빈곤층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묘사하고, 공공 기관의 무능과 부패를 비판했다. 그는 사람들이 빈곤과 사회적 불의에 대한 관심을 끌게 하려면 신문 사설이나 홍보 전단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집필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의미에서 중편 ‘크리스마스 캐럴’은 작품을 통해 크리스마스에 대한 서구인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184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표된 책은 초판 6000부가 단 하루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에비니저 스크루지는 자린고비로 인정이라곤 손톱 끝만치도 없는 수전노이다. 그런 그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같이 사업을 하던 동업자 말리의 유령을 만나 자기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본 후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사람다운 마음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역사가들은 책이 크리스마스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소설이며 영미 청교도적 사회 속에서 이교도 문화로 짓눌렸던 축제 문화를 복권한 소설이라 평한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만 하더라도 크리스마스는 공동체와 교회가 중심이 되는 공적 행사였다. 크리스마스를 가족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풍성한 축제로 생각한 디킨스의 견해가 확산하는 데 ‘크리스마스 캐럴’이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가난, 문학의 토양

그는 뛰어난 관찰력과 사회적 양심을 갖췄던 작가였다. 그의 소설 소재는 19세기 영국 사회 자체였다. 당시 사회는 거대한 자본을 보유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물자가 부족해서 가난한 게 아니라, 나눔이 없어 가난했다. 그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했고 작품 속 인물을 허구가 아닌 디킨스의 가족, 친구들, 혹은 런던 거리를 걸으며 관찰한 대중 속에서 찾았다.

그 역시 가난한 환경 속에서 어렵게 성장했다. 경제관념이 부족했던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이 채무자 감옥에서 지내야 했던 시절, 학업을 중단하고 열두 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경험은 그의 수많은 작품 속 배경의 토대가 됐다. 고아 소년이 런던 슬럼가의 소매치기 일당 손아귀에서 고생하는 이야기를 그린 장편 ‘올리버 트위스트’(1837)엔 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다. 디킨스는 열다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었지만 스무 살에 속기법을 익혀 의회 출입 기자가 되고, 25세에 장편 ‘파크위크 클럽의 기록’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디킨스는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을 생생히 묘사하고, 세상의 어두운 면을 재치있게 유머로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특히 단행본을 살 여력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 신문에 작품을 연재해, 신문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디킨스의 소설은 서민뿐 아니라 빅토리아 여왕까지 사로잡았다. 빅토리아 여왕이 디킨스의 소설을 밤새 읽으며 토론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힘들고 고달픈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따뜻한 난롯가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디킨스의 소설을 소리 내 읽는 것이 당대 사람들에겐 즐거움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윤락여성들의 독립을 위한 자선단체 ‘우라니아 코티지’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퍼뜨렸다. 그는 천재 이야기꾼이자 활동가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50년이 넘었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으며 영화, 연극, 뮤지컬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