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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마른비만 최대 적은 ‘내장지방’… 사과·올챙이배 위험신호

사진=프리픽





 
동맥에 이물질 쌓여 석회화 진행
심혈관질환 관련 사망 위험 커져
단순 체중감량 보다 식조절 필요
유산소운동 주3회 이상해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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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과 야식을 즐기는 50대 직장인 A씨는 회삿일 핑계로 운동과는 담을 쌓은 지 오래다. 그래도 약간 배가 나온 걸 빼고는 체중과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정상이고, 특별히 먹고 있는 약도 없어 건강을 자신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복부에 내장지방이 200㎠ 가까이 증가돼 있고 심장기능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발견돼 심장혈관(관상동맥) CT를 찍어볼 것을 권유받았다. CT촬영 결과 혈관 '석회화 지수'가 156으로 높게 나왔다.

석회화는 동맥경화가 진행하면서 혈관 내벽에 칼슘이 쌓여 딱딱하게 굳는 상태를 말한다. 석회화 지수가 보통 100 이상이면 유의미하고 400을 넘으면 중증에 해당된다. 더구나 A씨의 관상동맥 가지 중 하나(좌전하행지)는 80% 이상 좁아져 있었다.

A씨는 급히 심장혈관을 넓히는 스텐트(금속망)시술을 받았으며,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A씨의 심장혈관에 빨간불을 켠 주범은 ‘내장지방’이었다. 의사는 “심근경색 같은 무서운 이벤트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문제를 발견한 게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심장혈관 건강 지표 ‘석회화 지수’

비만한 사람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에 잘 걸린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A씨처럼 외관상 비만해 보이지 않아도 내장지방이 많으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단순한 체중감량 보다 내장지방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최수연, 이희선 교수팀이 2003~2005년 건강검진자 가운데 심장혈관CT를 두 번 이상 찍은 1015명을 대상으로 석회화 정도와 체지방 분포의 상관성을 분석한 바 있다.

심장혈관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나 혈액 찌꺼기 등이 쌓이는 동맥경화가 오래되면 석회화가 진행되는데, 이 수치가 높으면 향후 심혈관질환과 관련 사망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는 미래 심혈관질환 예측의 지표로 활용된다.

분석 결과 처음 CT를 찍고 평균 3.3년 후 다시 CT를 촬영했을 때 전체의 37.5%에서 석회화가 의미있게 증가한 것이 관찰됐다. 당뇨와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의 다른 위험인자를 보정한 후에도 과체중·비만, 복부비만인 경우 석회화 지수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아시아인 기준 비만은 BMI 25㎏/㎡ 이상, 복부비만은 허리둘레가 남자 90㎝(35인치), 여자 85㎝(33인치)이상일 때 해당된다.

주목할 것은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석회화 진행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1015명을 내장지방량에 따라 4개 그룹(1·2그룹의 내장 지방량 기준:102.26㎠, 2·3그룹 기준:135.88㎠, 3·4그룹 기준:173.87㎠)으로 구분해 분석했더니 1그룹에 비해 2그룹의 석회화 지수는 10%, 3그룹은 37%, 4그룹은 74%나 높았다.

특히 내장지방이 피하지방(피부 바로 밑 지방층으로 보통 비만인에 많음)보다 30% 이상 많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심장혈관 석회화 위험이 2.2배로 높았다. 정상 체중에서도 내장지방이 피하지방 보다 30% 넘게 많으면 석회화 위험이 1.9배 상승했다. 이는 비슷한 정도의 비만이어도, 심지어 외관상 비만이 아니어도 체내 지방 분포가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연구에 참여한 B와 C씨를 예로 들어보면 두 사람은 BMI가 각각 24.2㎏/㎡, 24.4㎏/㎡로 겉보기엔 비슷한 과체중(BMI 23~24.9㎏/㎡)에 해당됐다. 하지만 복부CT영상을 통해 본 두 사람의 내장지방(노란색)과 피하지방(초록색)의 비율은 각 2.5, 0.7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즉 B씨의 경우 피하지방을 1로 봤을 때 내장지방이 2.5배 많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관상동맥 석회화 진행도 크게 차이났다. B씨의 석회화 지수는 초기 3.9에서 약 3.3년 후 52.8로 13.5배 증가했다. 반면 C씨는 초기에는 B씨와 비슷한 3.1이었다가 3.3년 후 8.5로 2.74배 느는 데 머물렀다. 이희선 교수는 20일 “B와 C씨는 처음엔 내장지방량과 관상동맥 석회화 정도가 비슷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피하지방 대비 내장지방량이 현저히 많아진 B씨가 더 심하게 석회화가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연 교수는 “심혈관 건강을 지키려면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 보다 비만과 정상체중군 모두에서 내장지방을 피하지방 보다 적게 하는 건강한 지방 분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체 체지방이나 피하지방량은 심혈관질환의 예측 지표인 관상동맥 석회화 진행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대한당뇨학회 국제학술지(DMJ) 최근호에 보고했다.
 
허리둘레 늘었다면 내장지방 경고등

내장지방의 경우 일반적으로 체중이나 BMI 보다 허리둘레가 더 중요한 지표다. 체중에 비해 허리둘레가 더 늘었다면 뱃속 지방의 증가를 의심할 수 있다. 복부비만이 해당된다.

이 교수는 “겉모습을 봤을 때 주로 윗배가 많이 나와 몸통이 사과 혹은 올챙이처럼 불룩하거나 배꼽 옆의 피부를 꼬집었을 때 배가 나온 것에 비해 피부가 2㎝ 미만으로 얇게 잡히거나 안 잡히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내장지방의 증가는 고지혈증이나 혈당 상승, 인슐린저항성, 고혈압 등 대사성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내장지방의 축적은 중성지방의 과잉 섭취로 비롯된다. 평소 과식, 과음을 삼가해 총 칼로리 섭취에 유념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술은 중성지방이 내장에 쌓이게 하는 주범이다. 동물성 지방 중에서도 껍데기나 곱창·막창 같은 음식 섭취에 주의한다. 탄수화물 과잉 섭취도 마찬가지. 흰쌀이나 밀가루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도 필요하다. 러닝머신 기준 시속 6~8㎞ 등 중등도 이상 운동을 주 3회 이상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주 빨리 걷거나 가볍게 뛰어야 한다. 산책하듯 걷거나 한 달에 한 두 번 등산하는 것은 내장지방 감소엔 효과가 없다. 이 교수는 “러닝머신을 달리면서 옆 사람과 대화할 때 숨이 차서 한 문장을 다 말하지 못할 정도의 강도여야 내장지방 감소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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