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정부와 한통속… 사모아·통가까지 넘봐

미국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시설에서 사람들이 교리 시험을 보고 있다. 국민일보DB
 
하나님의교회가 그들의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캄보디아어로 번역한 설립자 안상홍의 주요 저서들. 현대종교 제공


국내 자생 이단들이 상대적으로 이단 경각심이 낮은 해외로 눈을 돌려 교세를 확장 중이다. 세력 확장이 목표인 이들은 무차별 포교에 나서고 있다. 해외 선교사, 한인교회와 협력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15일 현대종교(탁지원 소장)에 따르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총재 한학자)은 국내 기반이 잡힌 1960년대 중반부터 해외 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2년 설립자 문선명이 사망한 이후엔 그의 아내 한학자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유럽과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2018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 ‘유럽평화전진대회’에만 1만2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대대적인 집회를 열며 포교에 집중한다. 문선명의 막내아들인 문형진이 운영하는 철장선교회는 올해 미국 테네시주에 훈련센터용 용지 130에이커(15만9000평)를 사들이는 등, 자신들이 성지라 부르는 경기도 청평의 본거지를 재현하며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1964년 재림 그리스도 안상홍에 의해 설립됐다고 주장하는 하나님의교회(총회장 김주철)는 “반세기 남짓 만에 세계 175개국 7500여 교회, 300만 성도 규모로 성장했다”고 홍보할 정도로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단체다. 이단 전문가들에 따르면 네팔이나 캄보디아 등에 경제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종교건물을 세우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해, 현지 선교사들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아, 통가 등 작은 섬나라까지 진출해 교세를 확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재난 복구, 환경 정화 등 자원봉사 활동 명목으로 현지인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해외 현지 정부와 결탁하고 교세 확장을 꾀하는 집단도 있다. 대표 신옥주가 ‘약속의 땅’이라 주장한 피지로, 400여명의 신도들과 함께 집단 이주한 은혜로교회다. 최근 이들이 거주하는 농장에 피지 대통령이 방문할 정도로 현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알자지라’ 방송이 은혜로교회의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현지인들이 크게 분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현지인들이 쉽게 국내발 이단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탁지원 소장은 한류 영향과 다정다감하게 다가가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 뜨거운 열정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해외에선 이단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라며 “경계심이 부쩍 커진 한국과 달리 봉사활동 등을 통해 관계를 형성해가며 접근하는 관계 포교가 통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교회가 교파주의를 넘어 연합해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탁 소장은 “선교사들과 소통하다 보면 한국교회가 연합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단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코로나 시대가 가져온 온라인 시스템의 장점을 활용해 각 선교지와 이단 정보를 활발히 교류하며 대처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교회의 숙제”라고 말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도 “한국이 이단 수입국에서 이제는 수출국이 됐다고 하는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해외 선교에 있어서 이단 대처 사역을 병행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강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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