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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초기 복용 땐 중증입원·사망률 최대 89%↓… “오미크론에도 효능”






 
집에서도 쉽고 빠르게 복용 가능
의료체계 부담 덜어 줄 것으로 전망
방역당국 27만명분 선구매 계약
내달 재택치료 고위험군에 공급
토종 먹는 약 10개 임상시험 진행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이 80%를 넘어섰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 이후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로 ‘먹는(경구용)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개발 먹는 치료제는 코로나19 확진 초기 사용으로 중증 입원과 사망률을 최대 89%까지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증 입원 병상의 절대 부족으로 경증·무증상 환자의 재택치료를 확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집에서도 쉽고 빠르게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중증 진행을 막을 수 있다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의료대응 체계에 한결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먹는 약, 하루라도 빨리 공급해야

한양대의대 미생물학교실 이근화 교수는 13일 “재택치료는 해열진통제 외에는 마땅한 치료제 없이 사실상 집에 방치되는 것과 같고 자칫 위중증 환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먹는 치료제를 하루라도 빨리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9년 신종플루 때도 백신 접종과 함께 먹는 치료제 타미플루가 신속히 공급돼 유행이 조기에 종식됐다. 현재 코로나 치료에 쓰이는 렘데시비르(항바이러스제)나 덱사메타손(스테로이드제), 렉키로나주(항체 치료제) 등은 모두 주사제여서 사용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국가에서 이미 쓰이고 있거나 사용이 임박한 경구용 약은 미국 머크사의 ‘몰루피라비르(캡슐)’와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정제)’가 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몰루피라비르(상품명 라게브리오)를 조건부 승인해 이달부터 치료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크리스마스 이전에 이 약을 허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도 올해 안 FDA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방역당국도 먹는 치료제 40만4000명분을 우선 확보키로 하고 머크, 화이자와 27만명분(몰루피라비르 20만명, 팍스로비드 7만명)의 선구매 계약을 마쳤다. 나머지 13만4000명분 구매도 머크·화이자 및 스위스 로슈사 등과 추진하는 중이다. 방역당국은 내년 2월부터 도입키로 했던 당초 계획을 앞당겨 내년 1월부터 재택 치료 고위험군에 먹는 치료제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게임 체인저?…글쎄

상당수 전문가들은 먹는 치료제가 지금의 팬데믹 상황을 획기적으로 바꿀 ‘게임 체인저’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몰루피라비르는 3상 임상시험 중간결과에서 코로나 증상 발현 후 5일 내 복용할 경우 중증 입원과 사망 위험을 48%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미국 FDA가 공개한 최종 임상결과에선 위험 감소 효과가 30%로 낮아졌다. 몰루피라비르는 1회에 4알씩 하루 2번, 5일간 모두 40알을 복용해야 한다.

팍스로비드도 2·3상시험 결과 중증 진행 가능성이 높은 기저질환자들이 증상 발현 3일 내 복용 시 입원·사망 확률은 89% 감소하고 투약군에선 사망자가 없는 반면 투약하지 않은 그룹에선 7명이 사망했다. 또 5일 내 복용할 경우에도 약 85%의 위험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런 높은 효과성으로 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에 더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다만 팍스로비드의 경우 아직 임상시험이 마무리되지 않아 규제당국에 제출된 최종 자료에서도 같은 데이터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팍스로비드는 한 번에 3알씩 매일 2회, 5일간 총 30알을 먹는다.

먹는 치료제는 최근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미크론 변이는 숙주세포에 접합하는 스파이크단백질에만 30개 넘는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스파이크단백질을 표적으로 만든 기존 백신의 면역효과를 떨어뜨리는 걸로 확인되고 있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먹는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들어온 뒤 복제과정에 작용하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에 크게 영향받지 않을 걸로 본다”고 했다. 몰루피라비르는 바이러스 증식 과정에 관여하는 두 개의 단백질을 약화시키는 원리인데, 오미크론 변이는 이들 단백질에는 각 한 개씩의 돌연변이만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각에선 먹는 치료제가 환자 개인을 치료할 순 있어도 바이러스 전파 자체를 차단하기는 어려워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한 바이러스 전문가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틀째부터 복제가 시작되고 5일쯤 되면 증상이 나타나면서 새 바이러스들이 다른 숙주를 찾아 몸 밖으로 빠져 나간다.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약을 먹기 시작하면 본인의 중증화 위험은 낮출 수 있어도 다른 데로 전파하는 것을 막기는 다소 늦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염자 중 고위험군을 미리 알아내 중증으로 갈 위험을 낮추는 목적에서만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먹는 치료제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라는 얘기다. 모든 확진자가 아닌 고위험군에만 처방 가능하고 기형아 발생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임신부에게는 처방 안되는 점 등도 게임 체인저로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근화 교수는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다. 타미플루도 아이들에게 환각 증상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보고돼 있지만 독감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먹는 치료제는 임상연구가 고령자 등 고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초반에는 한정된 대상자에게 투여해야겠지만 나중을 생각해 더 많은 약을 선구매해 놓을 필요가 있다. 먹는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임상효과가 보고된 약물이 나오면 즉각 선구매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토종 먹는 치료제 10개 개발 중

해외 보다 뒤처지긴 했지만 국내에서도 먹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코로나 치료제는 모두 17개 품목이다. 이 가운데 먹는 형태 약은 10개(알약 8개, 캡슐 2개)이며 9개가 항바이러스제로 개발되고 있다. 일부 치료제가 국내외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임상3상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묵 단장은 “국내의 경우 개발 시간이나 비용이 덜 든다는 장점 때문에 기존에 다른 질환 치료제로 쓰이거나 개발중이던 것을 코로나 치료제로 용도를 바꿔 개발하는 이른바 ‘약물 재창출’ 방식을 많이 택하고 있는데, 효과가 썩 좋게 나오지 않아 중도에 임상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부가 끝까지 지원을 약속한 만큼 약물 재창출 뿐 아니라 머크나 화이자처럼 완전 혁신신약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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