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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는 사역의 불청객 목회자 번아웃, 7가지 쉼표로 예방하라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바나그룹은 목회자 38%가 사역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심각한 번아웃 상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목회자들은 ‘번아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사역 특성상 한번 시작된 번아웃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번아웃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심리적·생리적으로 지친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 목회자들의 일상은 분주하다. 매일 새벽기도와 수요·금요예배, 주일예배 설교 준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수시로 교인들의 이사나 개업, 입원 심방과 장례 예배를 인도하는 것도 목회자의 몫이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예배와 교회교육을 위한 영상 콘텐츠 제작은 스트레스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부담은 담임목사나 부목사 모두 마찬가지다. 멀리 휴가를 떠나지 않고서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하지만 휴가 중에도 쉴 새 없이 목사를 찾는 연락이 온다. 그래서일까. 최근엔 ‘혼자 쉬고 싶다’며 하소연하는 목회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번아웃에 빠지지 않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운영하는 블로그 포럼 중 하나인 ‘더 베터 사마리탄(The Better Samaritan)’은 최근 레이먼드 장 ‘아시아계 미국인 기독교연합(AACC)’ 회장의 ‘너무 늦기 전 목회자가 번아웃을 피할 수 있는 7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ACC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개신교 단체다.

장 목사의 노하우는 ‘예배를 위임하라’ ‘강단을 다양화하라’ ‘공동체를 분산하라’ ‘진실을 밝히라’ ‘본질적인 부분까지 업무를 줄이라’ ‘절제의 영성으로 들어가라’ ‘익숙함을 넘어 진정한 쉼에 도전하라’ 등이다(표 참조). 과중한 업무를 과감하게 중단하고 쉬기 위해 노력해야 번아웃을 피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목회 현장에서 시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결단이 필요하다.

목사인 장 회장은 “코로나19와 교회 안의 정치적 갈등,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게 스트레스의 근본 이유인데, 쉬기 위해서도 몇 가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배 위임’과 ‘강단 다양화’는 예배와 설교 준비의 부담을 줄이는 데 필요하다. 그는 “교인이나 소규모 팀이 예배를 계획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되, 일정표를 만들고 훈련을 시킨 뒤 6개월에서 1년 동안 예배 준비를 나눠서 해보라”고 조언했다. ‘강단 다양화’는 설교까지 내려놓고 이를 장로와 신학생,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교인들과 나눠서 하라는 것이다.

교회 안에 있는 여러 공동체에 자치권을 부여한 뒤 신경 쓰지 말라는 취지로 ‘공동체 분산’도 권했다. ‘진실을 밝히라’는 건 교인들에게 번아웃된 목회자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라는 것이다. 장 목사는 “목사에게 맡겨진 업무 중 가장 필수적인 것 외의 모든 사역을 당분간 내려놓으라”면서 “본질적인 부분까지 업무를 과감하게 중단하고 쉬라”고 했다.

‘절제의 영성’에 대해 장 목사는 “서양문화에는 절제보다 번영과 효율이 앞서는데 이를 내려놓은 뒤 빈자리를 영성으로 채우라”면서 “다만 이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말고 하나님과 긴밀해지는 길을 찾으라”고 말했다. ‘진정한 쉼에 도전하라’는 말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고 온전히 쉬라는 뜻이다. 장 목사는 “하나님은 당신이 쉴 때도 언제나 일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조언했다.

미국교회의 상황을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권수영 연세대 신학대학 목회상담학 교수는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미국과 한국교회의 현실이 다르지만, 목회자에게 쉼이 필요한 건 공통점”이라면서 “목회자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야 교인들도 좋은 양육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목사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목사로서 사역할 때와 쉴 때의 구별을 정확하게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이것만 잘 지켜도 목사와 목사의 가정, 회중 모두가 행복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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