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향한 의구심에 목회자가 답하다] 왜 기독교인도 고난을 겪나

박영선 남포교회 원로목사. 신석현 인턴기자


무종교, 탈기독교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신이나 초월적 존재 대신, 인간 자신을 숭배하면서 불멸과 신성, 행복을 추구합니다. 그러면서 교회를 향해 의심과 비판의 질문을 던집니다. 기독교인 역시 신앙 난제를 호소하며 묻습니다. 국민일보는 창간 33주년을 맞아 이 같은 솔직한 질문에 대해 정직한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성경은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라”(벧전 3:15)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가진 소망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변종 오미크론의 집단감염까지 확산하는 현실에서 한국교회엔 질문이 쏟아진다. ‘당신들이 믿는 하나님은 왜 침묵하느냐’, ‘기독교인이라면 바이러스가 피해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롱 섞인 것들이다. 박영선(73) 남포교회 원로목사는 이에 대해 “믿지 않는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하도록 하나님이 우리에게 고난을 내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너희가 믿는 신은 도대체 뭐냐.’ 이는 구약 시대부터 계속해 등장하는 질문이다.

박 목사는 최근 출간한 ‘고난이 하는 일’(IVP), ‘미안해, 잘해 볼게!’(무근검) 등을 통해 위드 코로나 시대의 그리스도인에게 깊이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순교의 시대를 지나 부흥의 시대, 별 노력 하지 않아도 성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를 거쳐 한국교회는 이제야 비로소 수치와 부끄러움을 감내하고 내적 수준과 깊이를 더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많은 교회가 전도폭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신자를 출산하는 부모의 역할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낳아놓은 자식들을 깨우쳐 길러내는 교사로서 신앙의 깊이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교회에서 만난 박 목사는 예수를 믿는 것의 정의부터 다시 얘기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게 뭘까요. 코로나를 기회로 믿지 않는 이들뿐만 아니라 믿는 성도들에게도 이를 설명해야 합니다. ‘내가 이미 죽음을 넘어 영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정도 고난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하나님이 우리를 보내셔서 안 믿는 당신들과 동일한 고통을 받게 하신다’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거기까지만 말해도 성공입니다. 믿지 않는 이들이 못 알아 듣는 게 당연합니다.”

‘교회는 답을 가지고 있느냐’는 세상을 향해 ‘교회도 답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걸 통해 더 성숙해지고 깊어질 것이다’란 메시지만 줘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고난과 죽음을 넘어서는 그리스도인의 의연함, 초대교회부터 내려온 이 전통, 구원과 영생을 말하며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의 이 모습이 바로 믿지 않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키고 교회를 바라보게 만드는 핵심이라고 전한다. 박 목사는 “믿는 우리는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점, 하나님이 우주와 역사의 주인이시고,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분(출 34:6)이란 점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명설교가로 꼽히는 박 목사는 1985년 남포교회를 개척한 이후 지금까지 설교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 83년부터 2013년까지 합동신학대학원대에서 설교학 교수로 강의하며 복음주의에 적을 둔 신학적 다양성을 폭넓게 모색해 왔다. 박 목사는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것을 아는 것, 우리가 신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곡해들이 송두리째 부서지는 것이 바로 고난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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