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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프로바이오틱스, 암·장기 이식 환자엔 ‘毒’ 될 수도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사용이 늘고 있지만 건강 기능성이나 질병 치료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의학적 근거나 정보가 부족한 만큼 무분별한 복용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유토이미지·중앙대병원 제공
 
유토이미지·중앙대병원 제공



 
건강한 성인들 절반 정도만 효과
8년간 의약품 부작용 신고 4049건
인과성 입증 안됐지만 효과 미미
기저질환 있을 땐 ‘장 허혈’ 유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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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을 생각해 유산균 등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구입해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인체에 유익한 활동을 하는 살아있는 미생물(효모, 세균 등)을 지칭한다.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 식품첨가물, 동물의약품, 화장품 원료, 발효유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꼭 좋기만 한 걸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는 현재 19종이며 개별 인정 균주도 있다. 전통적으로 락토바실러스균이 들어간 발효유 형태로 섭취됐으나 최근엔 비피도박테리움, 엔테로코쿠스 계열 일부 균주 등을 포함한 과립, 분말 형태로도 많이 팔리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진 않아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 도달했을 때 장내 환경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은 억제해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할 뿐아니라 장에 매우 많이 존재하는 면역세포의 증진에 도움을 주는 걸로 알려져 있다.

유아 등에서 항생제 복용으로 인한 심각한 설사 등의 발생을 줄이거나 신생아의 괴사성 장염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및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 치료 등에 유용하며 지질 대사를 개선시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유익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보고가 나온 바 있다. 이스라엘 연구진이 19명의 건강한 사람에게 프로바이오틱스 상용 제품과 위약(가짜약)을 투여한 결과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그룹의 절반만 균주가 장내에 정착했고 나머지 절반은 위약 그룹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김세정 교수 등은 2019년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현재 건강한 사람에게 임상적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을 증명한 장기적인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기에 건강한 사람도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해야 하는 지에 대해선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복용 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식약처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 복용 후 경험한 이상 사례 신고는 837건이나 된다.

5년간의 이상 사례(1237건, 증상이 2개 이상인 경우 포함)를 유형별로 보면 소화불량이 756건(61.1%)으로 가장 많았고 가려움증 241건(19.5%), 어지러움 54건(4.4%), 갈증 등 33건(2.7%), 배뇨곤란 25건(2.0%), 가슴답답 등 23건(1.9%) 및 기타 124건(10.0%) 이었다. 다만 이들 이상 사례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과의 인과성이 확인된 건 아니다.

또 식약처 의약품안전관리원에 신고된 프로바이오틱스 의약품 이상 사례 신고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4049건에 이른다. 증상별로 보면 설사 790건, 소화불량 230건, 발진 209건, 구토 202건, 가려움증 185건, 기타 2433건이었다. 이상 사례 신고자의 42.9%(1391건)는 18세 이하였다. 신고된 의약품 이상 사례 역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과의 인과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6일 “의약품의 경우 대부분 의사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주로 보조제로 사용된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아토피피부염 환자 등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매우 적다”고 했다.
 
의학적 근거 부족 적극 권장 못해

건강한 일반인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할 경우 가벼운 이상증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 반응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암이나 장기 이식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나 조산아 등에서는 드물게 패혈증 등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적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전립선암과 대장암 환자에서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알레르기성 질환이 발생했거나 급성 췌장염 등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에서 심내막염, 패혈증, 균혈증 같은 중증 합병증이 보고된 적 있다.

최 교수는 “항암치료를 받거나 면역 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 심각한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유산균이 병원성 세균처럼 작용, 느슨해진 점막 장벽을 통해 혈관으로 균이 유입돼 위험한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면역 저하자는 일반적으로 인체에 유익하다고 알려진 균주라도 생균인 경우에는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바이오틱스가 기저질환이 있는 성인 및 소아에서 ‘장 허혈’을 일으켜 소장 등에서 염증 반응 및 관련 합병증을 유도한다는 보고도 있다. 기저 질환자는 아니지만 노인이나 유아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부작용 발생률이 일반 성인 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인에서는 간농양(세균이 간에서 증식해 염증·고름 유발)이 보고된 사례도 있다. 수술로 소장 일부를 절제했거나 선천적으로 장이 짧은 ‘단장 증후군’ 환자의 경우 유산균(락토바실러스)이 장내 세균총 변화를 일으켜 혈액이 세균에 감염되는 균혈증을 일으켰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장기 이식자, 항암치료 환자, 구조적 심장질환자, 대장염이 있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환자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프로바이오틱스 섭취에 대한 주의를 요하고 있다.

최 교수는 “최근 사균체를 이용한 포스트바이오틱스의 효과도 보고되고 있는데, 사균의 경우 면역 저하 상태에서 생균이 갖는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은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산균에 대한 의학적 효능, 부작용에 대한 근거가 아직은 부족해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는 어렵지만 평소 복통, 변비, 설사, 아토피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시험적으로 몇몇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1~2개월 먹어볼 수 있으며 효과가 있는 경우에만 지속 복용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이전에 없던 증상이 생기면 먹는 것을 멈추고 조속히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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