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대표 지도자들 일본에 건너가 ‘이방신’에 절까지…

1926년 남산에서 내려다 본 조선신궁 전경. 산 아래 경성역과 애오개가 보인다.




흔히 ‘신사참배’ 하면 대부분 사람은 일제의 강요 때문에 일본의 신들을 추앙하는 신사에 가서 절했다는 정도로 이해한다.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는 식으로 쉽게 넘어간다. 그러나 신사참배 결의 이후 한국교회에서 행해진 일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은 강요에 의한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신사에 절한 것도 아니었다.

1938년 9월 10일 장로교단의 신사참배 결의는 기독교 신자들의 신사참배를 합법적으로 만들어줬다. 이후 교회들은 지도자는 물론, 일반 성도까지 이 결의에 따라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교회 행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신사참배를 시행했다.

장로교 총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하자, 솔선수범하는 의미에서 부총회장 김길창 목사의 인도하에 23개 노회장 전원이 평양 신사에 가서 참배한다. 그리고 그해 10월, 장로교와 감리교는 각기 서울에서 대규모 군중 집회를 열고 조선신궁에 참배한 뒤에 남대문소학교에서 신도대회까지 개최했다.

이것도 모자라 38년 12월 12일에는 한국 교계를 대표하는 각 교단 지도자들이 일본까지 가서 이세신궁을 비롯한 여러 주요 신사를 방문하고 참배했다. 이것은 곧 기독교가 일본의 신들에게 절하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장로교 총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하자 총회장은 전 교회에 공문을 하달했다.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무리는 처벌해야 한다는 공고였다. 이 공고에 따라 일부 교회는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목회자를 자기 교회 목사로 청빙하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각 노회는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목사와 선교사, 성도를 제명하거나 노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따라 주기철 이기선 한상동 주남선 목사 등은 사표를 강요당하거나 면직, 제명 처분을 받았다.

또 개별적 차원에서 목회자들이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자들을 앞장서서 고발한 사례도 많았다. 어떤 성도가 신사참배를 피해 북만주로 이주했을 때 그 지역 목사가 오히려 그 성도를 일본 경찰에게 고발한 일도 있었다. 또 광주의 어느 큰 교회에서는 어떤 장로가 교회에서 시행하는 신도의식과 궁성요배를 피하고자 예배가 시작된 지 30분 지나서 참석하자, 그 교회 담임목사가 그 장로를 일본 경찰에 고발한 일도 있었다. 이것은 신사참배가 일제의 강압 때문에 억지로 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목회자들이 서울의 한강과 부산의 송도 앞바다에서 일본 신도에서 행하던 신도의 세례(침례), 즉 ‘미소기하라이’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미소기하라이란 신도 예식 가운데 신사참배 전에 자기 몸을 깨끗이 씻는 정결 의식을 말한다.

세례가 어떤 의미인가. 기독교의 세례를 받으면 예수님과 합하여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도의 세례를 받는 것은 신도의 신과 합하여 하나 되는 것이다. 또 불교와 신도에서도 계를 받는다는 것은 개종을 뜻한다. 그런데도 하나님을 믿는 목회자들이 이런 신도의 세례를 받은 것이다.

더구나 이 정화 의식의 명분이 천조대신의 이름으로 교회의 비국가적 옛것을 씻는다는 것이었으니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일인가. 그뿐 아니라 이 신도세례는 ‘천조 대신보다 더 높은 신은 없다’고 고백한 사람에게 베풀어졌다고 하니 이보다 더한 배도 행위는 없을 것이다.

38년 여름부터는 경찰이 개별 교회에 대해서도 “천황이 높으냐 하나님이 높으냐. 신사참배는 종교의식이냐 국가의식이냐. 국가지상(至上)이냐 종교지상이냐”라는 양자선택형 질문서를 보내 그 대답에 따라 집회를 해산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따라 교회는 천황이 더 높다고 하는 문건에 서명해서 관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기독교는 여호와 하나님 외에는 다른 신이 없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교회와 목회자들이 그리스도나 하나님보다 신도의 신인 천조대신이나 천황이 더 높은 신이라는 것을 고백한 것이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부인하리라”(마 10:33)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면 이것은 하나님도 섬기고 이방신도 섬겼던 저 사사기 시대의 죄악보다 더 큰 죄라고 할 수 있다.

일제는 전 국민이 신사참배를 할 수 있도록 ‘1면 1신사 정책’을 수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사를 세울 수 없는 신사 사각지대들이 생겨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형 신사라고 할 수 있는 가미다나(神棚)를 각 관공서나 학교, 파출소뿐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당 안에도 설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각 교회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에 일본의 신들을 모신 가미다나를 설치했고 그 앞에서 예배했다.

과거 유다 말기 므낫세 왕 시절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와 하나님을 섬겨야 할 성전 안에 여러 가지 우상들을 세우고 거기에 예배하여 하나님을 진노케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교회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죄이지만 신사참배의 배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창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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