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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여성 호르몬 효과 사라지는 폐경… 체중 늘면 암·폐질환 위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스트로겐, 암 발생 억제 역할
에스트라디올은 항염증 작용
수치 떨어지면 폐조직에 염증

건강한 식생활·운동 병행하며
체중 관리·정기 검진 신경써야

올해 환갑을 맞은 여성 A씨는 얼마 전 유방암 진단과 함께 수술을 받았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큰 걱정은 덜었지만 의사가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키 163㎝ 체중 55㎏을 줄곧 유지해 온 A씨의 체질량 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20.7㎏/㎡로 과체중이나 비만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5년 전 폐경을 거치면서 몸무게가 10㎏가량 불었고 BMI가 24.5로 증가해 과체중이 됐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BMI가 23~24.9일 때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진단된다.
A씨는 대학병원 암치유센터에서 영양 상담과 함께 체중을 줄이기 위한 생활습관 교정을 안내받고 있다. 주치의가 “체중을 줄여야 혹시 모를 재발이나 다른 암 발병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의지만으로 부족한 듯 싶어 비만약까지 처방받아 적극 관리 중이다.

여성들에게 폐경은 많은 신체적 변화를 가져온다. 폐경은 대개 40대 중반에 시작해 4~7년 정도 진행되는데, 이 기간에 안면홍조나 피로감, 불안감, 우울, 기억력장애, 수면장애 같은 ‘갱년기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더 신경써야 할 것이 불어나는 체중이다. 체중 관리에 실패하면 암이나 폐 기능 저하 같은 보다 심각한 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폐경 후 적정 체중을 넘어서면 유방암과 대장암 발생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팀이 2009~2014년 국가건강검진 및 암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 약 600만명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유방암과 대장암 모두 폐경 전인 경우 비만에 따라 암 발생의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폐경 후에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유방암 위험은 정상 체중군(BMI 18.5~22.9)과 비교해 과체중군(BMI 23~24.9)은 11%, 비만군(BMI 25~30)은 28%, 고도비만군(BMI 30 초과)은 54%로 높아졌다. 대장암 위험도 정상 체중군에 비해 과체중군은 6%, 비만군은 13%, 고도비만군은 24% 더 높게 나왔다. 폐경 후 체중 정도에 따라 유방암과 대장암 위험이 뚜렷하게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신 교수는 22일 “폐경 전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비만에 의해 암이 발생하는 걸 어느정도 막아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에스트로겐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폐경 후엔 비만이 암 발생에 더 강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살이 찌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경이 진행되면 폐 기능이 나빠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류승호 교수, 존스홉킨스의대 홍연수 박사 공동 연구팀은 2015년 1월~2017년 12월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65세 이하 여성 4만3822명을 대상으로 폐경 초기, 후기, 폐경 후로 나눠 폐 기능을 살폈다. 폐경 이전과 비교해 폐 기능 이상 유병률은 폐경 초기 1%에 머물다 후기에는 13%로 껑충 뛰었다. 폐경 후 이런 경향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폐경 전보다 폐기능 이상 유병률이 10% 높았다.

연구팀은 폐경에 따른 호르몬 변화에 주목했다. 여성 호르몬의 한 종류인 에스트라디올은 일반적으로 항염증 작용을 하는데, 폐경 진행 과정에서 이 호르몬 수치가 떨어진 반면 난포자극호르몬이 증가하면서 폐 조직의 염증을 불러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류 교수는 “아울러 폐경 과정에선 복부 비만이 증가하기 쉬운 만큼, 그로 인해 흉부와 횡격막의 움직임이 제한돼 숨 쉬기 더 어려워진 것도 폐 기능 저하의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폐경이 시작되면 건강한 생활습관과 꾸준한 운동으로 살이 찌지 않도록 주의하고 정기 검진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복부 비만은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체중은 자기 표준 몸무게를 기준으로 2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허리둘레는 남성 90㎝(35인치), 여성 80㎝(31인치)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붉은색 육류의 지나친 섭취는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 직화구이나 튀김 등은 조리 시 발암 물질이 생성되고 햄, 소시지 등도 가공 과정에서 첨가되는 발색제가 육류 내 영양성분과 결합해 발암 물질을 만들기 때문에 가급적 섭취를 피한다. 붉은색 육류는 살코기 위주로 주 300g 미만으로 섭취량을 조절하고 가급적 삶거나 끓이는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이 권장된다. 동물성 식품에 많은 포화 지방의 과도한 섭취는 유방암의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대신 채소와 과일, 잡곡류를 통해 섬유소 섭취를 늘린다. 콩, 두부, 된장 등을 하루 1회 이상 섭취한다. 콩류에 많이 든 이소플라본은 항암 효과를 낸다. 뼈 건강에 도움되는 칼슘은 여러 연구에서 대장암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입증됐다. 칼슘 함량이 높은 우유, 요거트 등 유제품을 매일 1~2잔씩 먹는 것도 좋다.

신동욱 교수는 “설탕이나 꿀, 물엿, 사탕 등 단순당의 과도한 섭취는 체지방 증가와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좋지 않다. 곡류는 흰쌀과 흰밀가루 보다 잡곡이나 호밀을 적극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매일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기 등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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