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넘어설 때마다 인생은 다시 시작됩니다

픽사베이




마른 나뭇가지가 드리워진 겨울의 돌담길 한구석에 흰 강아지 한 마리가 조그맣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똥을 눴습니다. 강아지똥입니다. 날아가던 참새가 “에구 더러워” 하며 지나갑니다. 소달구지에서 떨어진 흙덩이조차 “너는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개똥”이라고 놀리자, 강아지똥은 서러워 울어버립니다. 미안해진 흙덩이가 강아지똥을 위로합니다. “하나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봄이 오자 강아지똥 옆에 조그맣게 민들레 싹이 텄습니다. 민들레는 자신이 꽃을 피우려면 비와 햇빛 외에 강아지똥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속삭입니다. “너의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예쁜 꽃이 피게 하는 것은 바로 네가 하는 거야.” 강아지똥은 벅차오르는 기쁨에 그만 민들레 싹을 꼭 껴안으며 “내가 거름이 돼 별처럼 고운 꽃이 피어난다면, 온몸을 녹여 네 살이 될게”라고 말합니다. 사흘 동안 긴 비가 내리고 강아지똥은 잘디잘게 부서져 활짝 핀 민들레꽃의 고운 향기가 됩니다.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의 동화 ‘강아지똥’의 줄거리입니다. 그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과 굴곡진 삶을 사는 이웃의 이야기를 가슴 뭉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그는 20대 전후로 얻은 폐결핵과 늑막염 등의 질병에 굴하지 않고 ‘하나님은 세상에 쓸데없는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다’는 진리를 전하기 위해 아름다운 동화를 썼습니다. 가난과 질병의 고난은 그를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고난은 민들레꽃을 피워낸 강아지똥처럼 그를 작가로 다시 태어나게 했습니다. 내면의 점점 커지는 빛, 기쁨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보통 고난과 역경이 창조적이고 위대한 인물을 만들어 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모든 시련 뒤에 창조적 회복이 이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이 역경 후 성숙하고 창조적으로 변했다면, 그것은 고난 때문이 아니라 시련 앞에서 적극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올바르게 싸웠으며 도덕적으로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성장은 바로 고난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똑같은 비를 맞아도 가시나무를 자라게 하는 땅이 있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땅이 있습니다. 예리한 인생의 상처가 나를 찌를 때가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우린 고난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난의 의미를 발견할 때 우리는 그 시간을 견딜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고난과 싸운 위대한 작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의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였습니다.

절망을 넘어설 때마다 인생은 다시 시작됩니다. 지금 이 시각 육체적인 질병을 만나 가장 깊은 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어떤 고난 속에도 우리의 인생을 주관하시는 그분이 계시다는 것을, 또한 그분의 손길을 느껴 위로를 얻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카메라로 밤하늘의 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렌즈의 조리개를 열어 빛이 모이길 기다려야 합니다. 인생이 캄캄할 때 역시 마음의 조리개를 열어야 합니다. 인내하고 기다리면 우리를 위로해주는 희미한 빛들이 모여 인생의 밤하늘을 밝혀줄 것입니다.

성경 시편에는 다윗이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드러내는 탄원시가 많습니다. 탄원시의 형식을 살펴보면 먼저 처절하고 괴로운 자기 생각과 감정을 충분히 드러내 부르짖습니다.

“내가 아프고 심히 구부러졌으며 종일토록 슬픔 중에 다니나이다. 내 허리에 열기가 가득하고 내 살에 성한 곳이 없나이다. 내가 피곤하고 심히 상하였으매 마음이 불안하여 신음하나이다.”(시 38편 6~8절)

그다음에는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을 지켜주시고 구원하신 하나님을 오히려 찬양합니다.

“여호와여 내가 주를 바랐사오니 내 주 하나님이 내게 응답하시리이다. 내가 말하기를 두렵건대 그들이 나 때문에 기뻐하며 내가 실족할 때에 나를 향하여 스스로 교만할까 하였나이다. 내가 넘어지게 되었고 나의 근심이 항상 내 앞에 있사오니 내 죄악을 아뢰고 내 죄를 슬퍼함이니이다. 내 원수가 활발하며 강하고, 부당하게 나를 미워하는 자가 많으며 또 악으로 선을 대신하는 자들이 내가 선을 따른다는 것 때문에 나를 대적하나이다. 여호와여 나를 버리지 마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속히 나를 도우소서 주 나의 구원이시여.”(시 38편 15~22절)

가난 우울 절망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토로하고 내 안의 것을 다 비워내면, 고통이 또 다른 에너지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우리를 지켜주시고 구원하신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습니다.

시편 38편 1~22절을 묵상한 후 탄원시를 써보길 권합니다. 구약시대 다윗의 마음이 돼 가난 우울 절망 슬픔 분노 등의 아픔을 토로하고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우리를 지켜주시고 구원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탄원시를 써보십시오. 글쓰기를 통해 감정이 밖으로 나와 가야 할 곳으로 흘러가게 해주십시오. 종이에서 펜을 떼는 순간, 내 안의 감정이 몸에서 흘러나와 종이로 스며들어 간다고 느끼십시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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