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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직 목회자 ‘전문성·정보·멘토’ 3無 속 깜깜이 구직

이중직 목사의 수가 빠르게 늘면서 목사들에게 건강한 직업을 소개하는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크다. 김태형 목사가 3일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도 성남 ‘카페 허깅’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김 목사 제공


이중직 목사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목회 환경의 변화도 증가세를 더한다. 이중직을 둘러싼 찬반 논쟁보다는 목사들에게 건강한 직업을 소개하는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크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 총회 등이 지난 8월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인 50명 이하 작은 교회 목회자 가운데 48.6%가 이중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 둘 중 한 명이 직업을 가진 이중직 목사인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목사 이중직 법제화는 지난 9월 열린 주요 교단 정기총회의 높은 벽을 또다시 넘지 못했다. 갈팡질팡하는 법제화 시도 속에서 직업이 필요한 목사들은 스스로 이중직 목회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목사들이 직업을 갖는 건 생활비는 물론, 목회에 필요한 재정을 직접 마련하기 위해서다. 생계형 목회인 셈이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목사도 있지만, 이 비율은 극히 낮고 일반적인 이중직 목사의 개념과도 다르다.

일용직은 목사들이 쉽게 택할 수 있는 직업군이다. 앞선 조사 결과 육체직 노동을 뜻하는 노무직(22.3%)을 경험했다는 목회자가 가장 많았고, 자영업(15.9%) 택배(15.0%) 학원 강사(14.1%) 대리기사(9.1%) 카페 운영(8.6%) 교사(8.6%) 일반 사무직(8.2%) 순으로 나타났다.

이중직 목사 중 18.2%가 ‘기술이 없다 보니 직업 선택이 어려웠다’고 했으며, ‘원하는 사례비를 주는 직업을 찾는 게 어렵다’고 답한 응답자도 6.8%였다. 또 ‘이중직에 대한 정보를 얻을 곳이 없어 힘들었다’거나 ‘이중직에 대한 신학적 확신이 없었다’고 답한 목사도 각각 5.0%였다.

전문가들은 이중직 목사들이 전문성과 정보, 멘토링이 없는 3무 상태에서 깜깜이 구직을 한다고 말한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직업을 갖길 원하는 목사 중 적지 않은 수가 직업에 대한 전문성과 정보 부족, 주변 조언을 받지 못한 상태로 구직에 나선다. 양질의 직업을 가지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목회와 연관성 있는 직업을 갖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법제화보다 실질적 지원이 시급한 이유다. 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목사의 직업’을 주제로 사회적 목회 콘퍼런스를 여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 콘퍼런스에서는 직업을 소개하는 여러 기업의 홍보 부스도 설치해 목사들의 구직 활동을 도울 예정이다.

이중직 목사를 지원하는 위원회를 만든 교단도 있다. 예장합동 총회는 최근 교단 교회자립개발원 산하에 ‘이중직 지원위원회’를 조직했다. 위원회는 총회 산하 신학교에 ‘일터 목회’ 과목 개설, 이중직 실태조사·통합지원사역을 통해 이중직 목사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이박행 선임연구위원은 “미자립교회를 위해 도시 교회가 재정 지원을 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미자립교회의 자립을 염두에 두고 이중직 목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위원회로 ‘이중직 신학’도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도 “교단이 모든 목사의 사역과 생활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목사로서 품위도 유지하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도 있는 다양한 직업을 발굴·소개해야 하는 단계”라며 “법제화만 기다려서는 현장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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