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꼴찌 승률’로 26년 만에 왕좌 탈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이 2일(현지시간)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애틀랜타는 이날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월드시리즈 6차전을 이겨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26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AP연합뉴스


9회말 2아웃, 7점 차 상황. 승리가 눈앞이지만 필드를 바라보는 선수들 표정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1루 주자를 내준 상태에서 상대 타석에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타격왕 율리에스키 구리엘이 들어섰다. 3구째 방망이가 공을 때리고, 튀어나간 공을 유격수가 낚아채 1루에 던졌다. 적막이 흐르던 더그아웃에서 비로소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2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애틀랜타는 2일(현지시간)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원정 5차전에서 홈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7대 0으로 승리, 종합전적 4승 2패로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이던 1995년을 포함해 팀 역사상 4번째 우승이다. 이번 우승으로 애틀랜타는 보스턴과 밀워키를 거쳐 여태 머물렀던 연고지 세 곳에서 모두 우승을 거둔 MLB 유일한 팀이 됐다.

포스트시즌 직전까지만 해도 애틀랜타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애틀랜타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88승 73패로 승률이 0.547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진출 10팀 중 최저 승률이다. 비슷한 사례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2014년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가 우승까지 거머쥔 적이 있지만, 10개 팀 중 정규시즌 승률은 공동 8위였다. 애틀랜타의 성과가 높게 평가받을 만한 이유다.

양 팀이 득점 없이 맞서던 3회초 3점 홈런으로 승리의 추를 가져온 쿠바 출신 강타자 호르헤 솔레어(29)는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쿠바 출신으로는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투수 리반 에르난데스에 이어 24년 만이다. 애틀랜타 이적 직전까지 타율이 1할대로 추락하며 부진에 시달렸지만 이후 부활했다. 코로나19 확진 탓에 월드시리즈에야 선발에 복귀했으나 막판 대활약으로 시리즈 주인공이 됐다.

애틀랜타의 우승에는 솔레어를 포함해 휴식기 영입한 외야수 이적생 4인방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애틀랜타는 전반기 기존 전력 마르셀 오수나가 가정폭력으로 체포됐고,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해 전력에서 제외됐다. 전반기 5할 이하 승률로 가을야구 전망이 어둡던 애틀랜타는 이적시장에서 애덤 듀발, 에디 로사리오, 작 피더슨, 솔레르까지 외야수만 4명을 데려왔다.

이후 애틀랜타는 후반기에 44승 28패를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피더슨이 밀워키 브루어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홈런 2방에 5타점을 올렸고 LA 다저스를 상대로 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선 로사리오가 3홈런 9타점, 듀발과 피더슨이 1홈런 4타점씩을 터뜨렸다. 월드시리즈에선 솔레르가 3홈런 6타점을 때렸고 듀발도 홈런 2개와 6타점을 기록했다.

반면 휴스턴은 자랑거리인 강타선이 결정적일 때 침묵한 게 발목을 잡았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타율 0.522, OPS 1.408을 기록한 요르단 알바레즈, MLB 타격왕 구리엘, 리그 최고 수준 타격 유망주 카일 터커, 거포 호세 알투베까지 쟁쟁한 타자들이 포진했지만 각각 7점과 9점을 낸 2차전, 5차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2점 이내로 묶이며 부진했다. 2017년 우승 당시 논란이 된 사인 훔치기 사건의 불명예를 씻을 기회였지만 이 역시 물거품이 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