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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조력자가 주인공으로… MZ세대 ‘카타르시스’

엠넷의 여성 댄스 크루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8개 크루 중 우승을 차지한 ‘홀리뱅’이 지난 26일 방영된 최종회에서 수상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CJ ENM 제공


엠넷의 여성 댄스 크루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의 열기가 지난 26일 종영 이후에도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실력과 철학을 갖춘 ‘멋진 언니’들의 모습에 매료됐고 조력자 역할을 하던 댄서가 주인공으로 무대 전면에 나서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스우파’의 전반적인 포맷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슷했다. ‘약자지목 배틀’ 등으로 ‘약육강식’의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매력도를 올린 건 출연자들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각 크루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동종업계 ‘동료’로서 서로를 다독이고 응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출연자 개개인의 욕망을 부정적으로만 표현한 게 아니라 이기기 위해 싸우지만 끝나면 상대를 인정해주는 과정을 담았다. 각 캐릭터가 춤에 대해 가진 철학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크루 리더들의 각기 다른 리더십도 관전 포인트였다. 크루 ‘홀리뱅’의 허니제이는 카리스마형 리더, ‘훅’의 아이키는 배려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크루 YGX의 여진은 세미파이널 탈락 후 “내가 좋아하는 것 하며 살아가자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며 댄서라는 직업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크루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는 ‘메가 크루 미션’에서 일부 크루가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자 프로 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왜 직업에 대한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없냐”며 “(‘스우파’가) 댄서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신념을 보여주는 ‘멋진 언니’들에 시청자들도 호응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 자신감으로 가득 찬 여성들의 모습을 춤을 통해 직관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더 와 닿았을 것”이라며 “시대적 추세에 따라 여성 예능의 성공사례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한 점도 반향을 불러왔다. 남성 댄서와 협연하는 ‘맨 오브 우먼 미션’에서 각 크루는 전통적인 남녀 댄서의 역할에서 탈피했다.

남성과 함께 슈트를 맞춰 입거나 남녀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는 안무를 선보였다. ‘프라우드먼’은 남성 댄서가 여성으로, 여성 크루가 남성으로 변신한 모습을 통해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에 대한 응원 메시지를 담았다.

무대 뒤편의 댄서들이 스스로 실력을 인정받아 주인공이 되는 일련의 서사 역시 매력적이었다. 파이널 미션에선 그동안 무대 위 가수의 조력자였던 댄서를 위해 가수들이 직접 곡을 만들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조명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던 댄서가 무대 전면에 나오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감동하고 자기 자신과 동일시했다”면서 “갑과 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을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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