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례로 포장했을 뿐 천황숭배 담은 일본의 국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신사에서 지난 17일 한 일본인이 참배하고 있다. 일제는 신사참배가 국민의례라고 했지만 기독교 신앙에서 보면 천황숭배를 강조하는 우상숭배 행위였다. 연합뉴스




일제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한 명분은 국가신도와 신사참배는 종교가 아니라 애국적 국민의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이 신사참배를 수용하게 된 명분 역시 신사참배는 종교 행위가 아닌 국민의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연 국가신도와 신사참배가 단순한 국민의례일 뿐인가. 먼저 신도의 주장을 보자. “일본은 신의 나라이고 이 나라는 태양 여신 아마데라스 오미가미(天照大神)의 만세 일계의 손자 현인신 천황의 다스리는 나라이며 그 천황은 신성불가침이다. 이 천황에게 국민은 죽음으로써 충성할 것이며 천황의 황조황종인 조상신들을 모신 신사에 참배치 않는 것은 비국민이다.”

여기에 보면, 천황을 천조대신의 직계손이자 현인신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인신(現人神)이란 ‘인간의 모습으로(인) 세상에 나타난(현) 신’ 혹은 ‘인간이며 동시에 신’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천황이 마치 인성과 신성을 동시에 가지신 예수님과 같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천황에 충성하고, 천황의 조상신들을 모신 신사에 반드시 참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천황숭배가 국가신도의 몸통이고, 신사참배는 이 천황숭배를 강화하고 실천하는 도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신도가 종교라는 사실을 이것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또 있을까. 사람을 신으로 모시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종교 행위다.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이것은 하나님이 가장 미워하시는 우상숭배 행위다.

더구나 일본은 천황은 신성불가침이라는 사실을 헌법에 명기했다. 그리고 천황은 패전 이후 “나는 신이 아니고 인간이다”(1946년 1월 국운진흥조서)라고 선언했다. 이 말은 그동안 신으로 군림했다는 말이다.

고대에는 통치자를 신으로 숭배한 제정일치 국가가 드물지 않았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통치자인 바로(파라오)를 신으로 숭배하였고, 고대 로마제국에서도 통치자인 황제를 신으로 숭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에는 어느 나라도 통치자를 신적인 존재로 격상시킨 예가 없다.

북한에서도 김일성을 신격화하기는 했지만, 신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근대화된 일본은 살아있는 천황을 신으로 추앙했다. 그러므로 일본은 형식적으로는 정교분리를 주장하는 근대국가이지만, 그 실질적인 내용에서는 천황신교를 믿는 제정일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신도에서는 신사에 봉안한 존재들을 모두 신으로 모신다. 여기에는 일본 천황의 조상들뿐 아니라 전쟁하다 죽은 전사자들까지 모두 신으로 간주한다. 요즘 논란이 되는 야스쿠니신사는 1급 전범들뿐 아니라 2차대전 때 전사한 약 246만명의 사람들까지 모두 신으로 모신 곳이다. 이들 신을 모신 곳에 절하는 것이 바로 신사참배이다. 일제는 신사참배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교육했다.

“나라가 부강하고 발전하는 것은 이 신들의 덕이다. 따라서 신사참배를 할 때 이 신들의 뜻을 받들고 신들의 공적을 본받아 우리도 황국을 돕는 일념을 가지는 참된 경지에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때 신을 뵙는 묘경에 나아갔다고 하겠다. 단지 자신과 자기 가족을 위한 기도만 한다면 신을 뵐 수 없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일본제국은 사정(社政)일체이다. 신사와 정치는 분리되지 않는다. 신사참배는 시민의 의무이다.”

그러므로 신사에 있는 신들에게 절하는 것을 단순히 국민의례라고 할 수 없다. 조상신에게 제사하는 신사참배는 우상에게 절하는 종교 행위다. 결국 국가신도는 종교가 아닌 것이 아니라, 모든 제도적 종교 위에 군림하는 종교 위의 종교, 즉 국가적 종교라고 할 수 있다. 무라카미 시게요시라는 일본학자는 국가신도를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한다.

“국가신도는 세계종교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국교였다. 그것은 근대 천황제라는 국가권력의 종교적 표현이며 신도, 불교, 기독교의 공인 종교 위에 군림하는, 내용이 결여된 국교였다.”

이처럼 국가신도의 종교성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국가신도가 종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천황에 대한 국민들의 충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시바대신궁의 사사(社司)인 야쓰하라 키오스케는 행정상의 필요 때문에 국가신도와 교파신도를 나누어 생각한 것이지 실제로 신사는 종교였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국가신도와 신사참배는 국민의례라는 포장을 했을 뿐 그 실질적인 내용은 천황숭배를 담은 일본의 국교였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기독교인이 일제 강요에 굴복하는 자신을 정당화하고 명분을 찾다 보니 그 사실을 제대로 보지 않으려 했을 뿐이다.

오창희 목사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