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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흰 우유 탈락”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돼 있어서다. 단백질, 지방, 유당, 칼슘, 인, 마그네슘, 비타민 등 114가지 영양물질이 들어 있다. 그래서 성장기 어린이들이 꼭 챙겨 먹어야 할 대표적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우유는 흰 우유와 가공 우유로 나뉜다. 가공 우유는 원유에 색소나 착향료 같은 첨가물을 넣은 것으로 흰 우유보다 영양성분이 적고 지방 함량이 높다. 하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서 흰 우유를 싫어하는 사람도 잘 마실 수 있다. 딸기·초코·바나나 우유 등이 그것이다. 이로 인해 언제부터인가 ‘맛이 없는’ 흰 우유는 가공 우유 등에 밀려 찬밥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의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에서도 논란을 빚은 것 가운데 하나가 우유 문제였다.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학교 급식을 먹기 어려워진 초중고 학생들을 위해 1인당 10만원씩의 바우처를 지원한 사업인데 구입 품목에 가장 간편한 삼각김밥은 아예 허용이 안 됐고 우유 종류 중에선 흰 우유만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품목이 늘어나 삼각김밥 등은 허용됐지만 끝내 가공 우유는 포함되지 못했다. 학교 급식 대상 우유는 백색 우유로 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렇게 외면받는 흰 우유가 군대 식단에서 결국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그제 발표한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에 따르면 MZ세대 장병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흰 우유 의무급식이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흰 우유는 올해 393회 지급되는데 내년엔 80%인 313회, 2023년엔 60%인 235회로 줄인 뒤 2024년부터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딸기·초코 우유 등을 제공해 장병 선택권을 확대할 계획이다. 50년 만의 군 급식체계 전면 개편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탈락은 죽음을 의미하는데 흰 우유는 장병이 원하는 경우엔 공급 가능해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식품의 대명사인 흰 우유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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