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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에까지 자리 잡은 ‘38선’ 다같이 걷어냈으면”

고형원 하나의코리아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최근 발매한 ‘평화의 바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평화의 바람을 부른 가수 소향(가운데) 박완규(오른쪽)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하나의코리아 제공




“분단과 전쟁의 진원지였던 한반도가 화해와 평화의 발원지가 되는 꿈을 꿔보자.”

통일 문화사업 단체 ‘하나의코리아’ 고형원 대표가 평화를 주제로 곡을 만들기 시작한 건 지인의 이 말 때문이었다. ‘부흥’ ‘부흥 2000’ ‘비전’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물이 바다 덮음 같이’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 등 한국 기독교인들이 사랑하는 많은 곡을 썼던 그가 최근 착한 가요 한 곡을 발표했다. ‘평화의 바람’이란 곡인데, 소향과 박완규가 보컬로 참여했다.

고 대표는 2016년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꿈꾸며 곡을 써오고 있다. 그해 6월 ‘하나의 코리아-더 아름다운 세계’ 음반을 냈고, 이번에 발매한 평화의 바람도 이 연장선에 나온 곡이었다. 고 대표를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하나의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 대표에 따르면 평화의 바람은 독일의 전설적인 록밴드 스콜피언스의 ‘윈드오브체인지(wind of change)’ 곡이 모티브가 됐다. 이 노래는 냉전시대 종언과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곡으로 냉전시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인데, 한반도에도 변화만이 아니라 평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발매는 최근이지만, 2018년에 쓴 곡이라고 했다.

고 대표는 “남과 북의 평화를 생각하며 곡을 쓰고 가사를 붙였지만, 최근 우리 모습을 보면 마음에 38선이 그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마음에 자리 잡은 분단선을 다 같이 걷어내자는 마음도 곡에 담겼다”고 말했다.

가사를 무겁지 않게 쓴 것도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는 “요새는 통일 얘기만 해도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가사를 조금 마일드(가볍게)하게 바꿨다. 도입부에 쓰였던 남과 북이라는 단어도 뺐다”며 “서로가 바라보는 ‘평화롭게 사는 세상’에 대한 지점이 다 다를 것 같았고 그걸 한정 짓고 싶진 않았다”고 전했다.

CCM이 아닌 가요로 곡을 발매한 이유도 보다 많은 사람과 평화의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고 대표는 “노래는 마음의 담장을 넘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믿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사 역시 기독교적 색채를 줄이고 좀 더 보편화된 단어를 사용했다. 그렇다고 기독교적 가치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시 중 하나인 윤동주 시인의 서시만 봐도 시적인 말들로 기독교의 정수를 표현했다”며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시구처럼 기독교적 가치가 다 녹아 들어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사는 어떤 조약이나 글처럼 명확하게 쓰지 않아도 된다. 시적이지만 그 자체로 강렬한 의미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 대표가 평화의 바람을 쓰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가사는 ‘평화의 바람 이 땅에 불어와 다시는 전쟁 없으리’였다. 그는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우리는 알지 않나. 한국전쟁은 70여개국이 참전한, 3차 세계대전이라 해도 될 정도의 비극이었다”며 “지금도 시리아에서, 미얀마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이 전쟁의 참혹함을 얘기하면서 전쟁 없는 사회, 즉 우리의 소망을 외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물리적 전쟁 말고도 우리 내면의 전쟁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교회도 경쟁한다. 부흥, 성장이란 말로 교회들끼리 전쟁을 한다”며 “남과 여, 세대 간, 지역 간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이런 대립은 나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이렇게 볼 때 ‘다시는 전쟁 없으리’라는 가사는 하나 된 기쁨을 노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고 대표는 바람은 사람이 일으킬 수 없다고 했다. 위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경에서 바람은 성령과 같은 헬라어 ‘프뉴마’를 쓴다. 믿는 사람들은 이 바람(성령)을 구하는 기도를 할 수밖에 없다”며 “어찌 보면 이 곡은 ‘우린 이런 세상을 꿈 꿉니다’ 하고 말하는 기도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고 대표는 96년 썼던 ‘부흥’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부흥은 원래 대학생을 위한 곡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시작한 작업이었다”며 말을 꺼냈다. 고 대표는 “그런데 그때쯤 북한의 실상이 서서히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두만강변에 쌓인 시체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가 사는 곳 수십 킬로 위에 복음 한번 못 보고 죽어가는 그들을 보면서, 유수한 교회가 있었던 그 땅을 위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흥에 이런 마음을 녹였다”고 덧붙였다.

고 대표는 “이후 하나님이 북녘땅에 대한 마음을 주셨고, 그때부터 이를 위해 곡을 만들었다”며 “가요로 음반을 만드는 이유도 언젠가 북한 땅에도 이 평화의 노래가 닿지 않을까 해서다. 남과 북 모두에 통할 수 있는 이야기, 이를 노래로 만드는 게 지금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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