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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중증아토피 새 치료약, 어른만 건보적용… 아이들 고통은 외면

사진=셔터스톡


‘제2형 염증’ 타깃 생물학적 약물
소아·청소년은 전액 본인부담
年1800만~2000만원…치료 망설여

14일은 세계 아토피피부염의 날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2019년 기준 약 95만명에 달한다. 만 17세 이하 청소년·소아 환자가 절반 가까운 48.9%(0~11세 38.7%, 12~17세 10.2%)를 차지한다. 아토피는 대부분 소아기부터 시작되는데, 약 90%가 5세 이내에 발병한다.

소아기에 생긴 아토피는 나이 들면서 증상이 차차 나아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제대로 치료·관리하지 않으면 사춘기 이후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40~60%나 된다. 중증도가 높을수록 환자와 부모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커진다.

아토피 환자와 가족들의 고충이 큰 것은 그만큼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토피는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면역 체계의 과반응으로 인해 피부 깊은 곳에서 발생한 염증이 피부 표면을 포함해 전신으로 퍼지는 대표적인 면역질환이다.

현재 피부 치료에 쓰이고 있는 국소 스테로이드 약은 장기적으로 피부 위축, 2차 감염 등 안전성 우려가 있어 소아에서는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국소 치료약으로도 듣지 않는 증상이 심각한 중등도 혹은 중증 환자들 치료에도 한계가 있다. 일부 환자에겐 전신 면역억제제 사용을 시도하지만 부작용 등 우려로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아토피피부염, 천식, 비염 등 알레르기·면역질환의 원인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제2형 염증’을 타깃으로 한 생물학적 치료약이 근래 국내에 도입됐다.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두필루맙(제품명 듀피젠트)’이다.

2018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소 치료약으로 조절되지 않거나 이들 치료제가 권장되지 않는 중등도, 중증의 성인 아토피 치료에 첫 허가를 받았다. 이후 지난해 4월 청소년(만 12~17세), 올해 3월 소아(만 6~11세)로 적응증 범위를 넓혀 추가 승인을 받았다. 중증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제2형 염증은 신체의 다양한 염증 발생 기전 중 제2형 면역세포들(인터루킨-4, 5 등)이 관여해 발생하는데 피부 병변의 악화, 가려움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3일 “대부분의 아토피피부염은 인종과 나이 상관없이 제2형 염증 과발현을 보인다”면서 “최근 소아 아토피 환자들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중증 환자들은 늘고 있어 제2형 염증을 표적으로 한 생물학적 약물 사용을 적극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아기 아토피부피부염은 천식 등 다른 2형염증 질환으로 이어지는 ‘알레르기 행진’의 첫 단계로 알려져 있어 해당 치료제를 조기에 사용함으로써 다른 질환의 조절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성인에게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아·청소년은 대상이 아니어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중증 아토피 환자는 올해 1월부터 산정특례(본인부담 10%) 혜택까지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성인의 경우 건보 급여와 산정특례를 적용하면 약값은 1회 당 7만1000원, 연간 200만원 정도에 그친다. 두필루맙은 월 2회 주사 투여 약이다.

반면 소아·청소년은 전액 본인부담으로 월 평균 150만원, 연간 1800만~2000만원 가까이를 내야 한다. 제약사 측은 지난 3월 소아·청소년 대상 건보 적용을 신청했지만 급여화 심사는 지지부진하다. 김 교수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약이 있는데도 비싼 약값 때문에 써보지 못하는 것은 ‘재난적 상황’이다. 오랜 병마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아이와 부모들을 위해서도 조속한 건보 적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생물학적 신약은 콧속에 용종(물혹)을 동반한 만성 축농증(부비동염)에도 효과가 인정돼 국내에서 성인 환자 치료에 허가를 받은 상태다. 코와 그 주변 머리 및 얼굴 뼈 속 빈공간인 부비동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환자의 80%에서 제2형 염증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만성 축농증 환자 5명 가운데 1명은 9세 이하에서 발생하고 있어 소아로 허가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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