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 삶의 아름다움 일깨우는 ‘열린 예배당’이 좋은 건축”

한국의 대표적 건축가인 승효상(오른쪽) 이로재 대표와 예배당 건축 기행서를 쓴 동서말씀교회 주원규 목사가 8일 서울 동숭동 이로재 사무실에서 만나 교회 건축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div style="border:solid 1px #e1e1e1; margin-bottom:20px; background-color:#f5f5f5;" "="">
코로나19로 모이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교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일보는 어느 때보다 교회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을 대신해 건축주 하나님이 지으신 교회 순례에 나섭니다. 순례길에 독자 여러분도 동행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건축주 하나님이 교회 건축을 의뢰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짓고 싶나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건축가는 “얼마 전 열왕기상을 읽었다. 솔로몬궁은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다윗이 설계하고, 솔로몬왕이 건축했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저도 하나님의 도구일 뿐”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이 건축가는 지난해까지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았던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의 승효상 대표다.

“건축주 하나님을 대신해 의뢰하고 싶은 교회가 있나요.”

예배당 건축 기행서를 쓴 젊은 목사는 답 대신 승 대표가 쓴 책 ‘빈자의 미학’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교회 건축의 3가지 기본을 교회에 담고 싶다”고 한다. 그는 동서말씀교회를 섬기는 데서 나아가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는 주원규 목사다.

승 대표와 주 목사가 지난 8일 서울 동숭동 이로재 사무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들이 나눈 교회 건축에 관한 담론은 여행지의 여행서처럼 교회 순례의 여정에 길라잡이가 될 듯하다.

대화는 승 대표의 책 ‘묵상’으로 시작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 유럽의 종교 건축물을 순례하며 사색한 기록을 담은 건축여행 에세이 ‘묵상’을 냈다. 책은 종교 건축물 중에서도 수도원에 집중했다. 화려하며 거대한 유럽의 성당이 아닌 수도원을 찾은 건 ‘빈자의 미학’을 건축에 담아온 승 대표에게는 어쩌면 맞춤 같아 보였다. 이날 처음 만난 주 목사에게도 이 책을 건넸다.

“수도원은 절박한 사람이 가는 곳이에요. 절박한 사람에게 장식이나 허례허식은 필요 없어요. 수도원 건축은 바로 장소의 역할을 그대로 표현했어요. 절박한 사람을 담으려고 하는 것. 물론 소박하지 않은 곳도 있지만 저는 수도원은 절박한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닌가 생각했어요.”(승 대표)

그러면서 ‘나도 장로’라며 한국교회 건축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승 대표는 동숭교회(서정오 목사) 장로이자 성가대원이다.

“일부 한국교회 건축은 성경에서 가르치는 바를 따르지 못하는 듯해요. 성경은 나눠 쓰고 함께 쓰자고 얘기해요. 하지만 한국의 기독교는 개교회주의가 커졌고 목사도 성도도 교회는 자기들 소유라는 의식을 보여주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주 목사도 공감했다.

그는 “승 대표는 종종 교회의 무용성에 안타까움을 드러냈었다. 같은 생각”이라며 “한국교회는 1970년대 이후 고도성장하는 한국경제와 맞물려 자본주의의 수혜를 받았고, 이를 하나님의 은혜라 여겼다. 이는 개교회주의로 연결됐는데 크기만 큰 교회 공간으로 구현됐다”고 말했다.

개교회주의는 교회의 접근성을 떨어뜨렸다.

“요즘 대부분 교회 건물을 가서 보면 담장을 쳐 놓고 굳건하게 대문을 닫아놨어요. 마치 사유 영역을 공고히 하려는 느낌이 들거든요. 지역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어느 순간 배타성을 갖게 됐어요.”(승 대표)

이어 “누구나 갈 수 있는 교회가 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코로나19로 모이지 못하게 되면서 교회 건축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이다.

주 목사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던 교회 공간이 텅 비는 걸 경험하게 됐다”면서 “일부 교회에선 예배당에 대한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교회 건축은 무엇일까.

승 대표는 “주님이 주신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깨닫게 하고, 이웃에 열려 있어야 좋은 건축이자 ‘교회적 건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건축의 3가지 요소로 장소와 시대, 목적성을 꼽았다.

승 대표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고, 교회당이 건축이다. 교회는 부름 받은 사람들의 집단인데 그걸 수용하는 공간이 교회당”이라며 “좋은 교회가 되려면 좋은 교회당이 있어야 하고 좋은 교회당은 좋은 건축”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한국의 교회당은 좋은 건축을 위한 3가지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서 “배타적 프레임에 갇혀 지역에 녹아들지 못하고, 모든 걸 주도하려고 한다. 장소와 시대에 맞지 않는 셈”이라고 전했다.

주 목사도 거들었다.

“교회가 배타적 프레임 안에서 교인만 편하게 지내는 데 고민하고 있어요. 어느 순간 교인의 편리와 서비스를 주는 게 교회의 본질이 되고 있다는 게 안타깝기도 해요. 예배당이라는 공간은 경건해야 하고 스스로 성찰하며 기도할 수 있는 간절함이 있어야 합니다. 성스러움을 위해 성도의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주 목사)

‘건축가 승효상’이 꼽는 아름다운 교회가 궁금했다. 공정성을 지키겠다며 승 대표는 해외 교회를 예로 들었다. 핀란드 대표 건축가인 알바 알토가 스톡홀름의 한 대학 안에 건축한 교회다.

“아주 단순해요. 강단 뒤쪽은 유리인데 유리 너머로 자연이 보여요. 뭣 모르고 들어갔다가 큰 감동을 받았어요.”(승 대표)

주 목사도 “저도 그 교회를 보고 분리와 통합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승 대표를 대신해 국내 교회건축물 하나를 꼽았다. 바로 승 대표가 세운 하양 무학로교회다.

“사도행전의 안디옥교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공간의 의미도 있지만 건축의 과정, 그리고 교회 건축의 지속성도 지녔어요. 앞으로 예배당의 구조적 변화를 고민하는 교회들을 위해 좋은 교회들이 소개됐으면 해요.”
 
승효상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대표는
1974년부터 김수근의 ‘공간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경동교회 등을 설계했다.

86년부터 공간연구소 대표이사직을 역임했고 89년 건축사무소 이로재(履露齋)를 세웠다.

젊은 건축가 14명의 모임인 ‘4.3그룹’을 결성하고 건축학도의 ‘총체적이고 근원적인 사고’의 함양을 위해 서울건축학교 설립에도 참가했다. 99년 파주출판도시 코디네이터로 도시 건설의 마스터플랜을 설계한 그는 ‘빈자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치열히 작업해 왔다.

김수근문화상(1993), 한국건축문화대상(1993),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7) 등을 수상했다.

2002년 미국건축가협회의 ‘명예 펠로십’을 받았고, 건축가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아가 200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2014~2016년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에 이어 지난해까지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역임했다.

2019년엔 아시아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학술예술 1급 십자훈장’을 받았다.
 
주원규 동서말씀교회 목사는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동서말씀교회를 섬기면서 소설과 에세이 등 글쓰기를 실천하며 ‘열외인종잔혹사’로 2009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아 등단했다.

건축 평론을 하며 2000년엔 ‘심판의 기능으로서의 건축’이란 작품으로 건축 잡지 ‘포아(Poar)’에서 공모한 간향건축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펴낸 예배당 건축기행서 ‘한국 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는 상징적인 교회건축물 22곳을 모델로 한국 기독교의 공과(功過)를 분석한다. 책 제목의 ‘이미’는 한국 교회가 일구어낸 공, ‘아직’은 과를 의미한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