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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가슴 두근 심방세동, 항응고제 치료·고주파 시술로 잡는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김성환 교수가 심방세동 환자의 3차원 심장 영상을 보면서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운동 시 호흡 곤란·어지러움 증상… 작년 23만명 육박 4년 새 35% 급증
노화가 주원인 50대 이상 대부분… 뇌졸중 위험 4~5배 조기 치료 관건

뇌졸중은 암, 심혈관질환과 더불어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응급처치의 골든타임(3시간)을 지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더라도 팔·다리 마비 같은 후유증을 남기고 치매를 부르기도 한다. 회복, 재활 과정에서 환자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의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최근 들어 뇌경색이 더욱 문제되고 있다. 뇌경색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흡연, 비만 등 동맥경화 유발 인자들을 갖고 있는 경우 위험도가 높아지지만 특히 나이든 사람들에 있어서 강력한 위험 요인은 다름 아닌 심장의 부정맥(불규칙한 심장박동) 질환인 ‘심방세동’으로 밝혀지고 있다.

심장은 좌우 각 1개씩의 심방과 심실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윗부분에 위치한 심방(심장을 쥐어짜 혈액을 심실로 보내는 역할)이 비정상적으로 매우 빠르게 수축해 가늘게 떠는 상태가 되면서 심박(맥박)수가 급상승하는 현상이다. 심장 박동에 필요한 전기적 신호의 문제로 생긴다. 지속적인 음주와 갑상선기능항진증, 심장 판막질환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화로부터 비롯된다.

고령층 뇌경색 심방세동이 원인
인구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한국에서도 심방세동 환자가 증가 추세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심방세동 환자는 22만9251명으로 2016년(16만9259명)보다 35.4%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김성환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데, 심장에서 노화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심방이기 때문”이라며 “선행 연구에서 30년 뒤 심방세동 환자가 지금의 배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현재의 가파른 증가세로 봐서 그 시기가 10년 뒤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애플 와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심전도(심장 리듬) 측정이 보급되면서 심방세동 진단율이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심방세동의 주요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 운동 시 호흡곤란, 어지럼증 등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불현듯 나타났다가 사라져 방치하기 쉽다는 점이다. 발작적이고 간헐적인 증상 발현 때문에 건강검진으로 잘 진단되지 않는 몇 안되는 질병 중 하나로 꼽힌다. 건강검진에서 심방세동이 확인되는 경우는 8명 가운데 1명 정도에 불과하다. 심방세동 환자가 통계로 잡히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심방세동은 돌연사와는 상관없어 당장 생명에 위협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조기에 치료되지 않으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져 결국은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 혈액순환이 잘 안돼 심방 내에 피가 고이고 혈전(피떡)이 만들어진다. 혈전은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나가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뇌혈관을 막는 뇌경색이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4~5배 증가한다. 연령이나 당뇨, 고혈압, 심부전, 혈관질환 등을 갖고 있으면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김 교수는 “전체 뇌졸중의 70%가 뇌경색인데, 뇌경색의 20~30%가 심방세동에 의한 것”이라면서 “같은 뇌경색이라도 심방세동에 의한 것은 혈관이 막히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후유증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동맥경화로 생긴 혈전은 혈관 1~2개를 막는데 비해 심방세동에 의한 혈전은 큰 뇌혈관, 즉 혈관의 밑동부터 막기 때문에 그로 인해 작은 혈관까지 막히는 범위가 넓고 손상도 더 심하다는 것이다.

음주나 갑상선기능항진증처럼 원인이 뚜렷한 경우 교정하면 심방세동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심방세동의 90% 이상은 심장 노화에 의한 것으로,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심장을 새 것으로 바꾸지 않는 한 어쩔 도리가 없다.

2~3시간 시술로 혈전 예방
다만 최대한 일찍 발견해 혈전 발생을 줄이면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항응고제(피를 묽게 하는 약) 복용이 중요하다. 혈전 발생 위험을 절반으로 줄인다. 전체 심방세동 환자의 80%가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하다.

항응고제는 와파린과 비와파린 계열로 나뉘는데, 비와파린 약제가 복용이 간편하고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다만 모든 심방세동 환자가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별개로 심방세동이 오래되지 않으면 항부정맥 치료제를 사용해 정상 맥박으로 회복을 시도해 볼 수 있으나 효과가 크지 않다.

이런 약물을 충분히 씀에도 불구하고 심방세동이 지속된다면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이라는 심장 시술이 권고된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가슴을 열거나 심장을 멈출 필요 없이 2~3시간의 시술로 심방세동을 없앨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넣은 뒤 심장까지 밀어올린다. 이어 심방세동 발생 부위를 찾은 뒤 50도 정도의 고주파 열로 지져 태우는 방식으로 불안정한 전기적 신호를 제거하는 것이다. 도관이 들어갔던 사타구니 혈관 지혈이 잘 된다면 시술 다음 날 퇴원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1%의 출혈, 0.2% 정도의 뇌졸중 발생 위험은 있다. 노화와 관련된 질환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조기에 발견해 시술할 수록 재발률이 낮다. 여러 번 재시술도 가능하다.

국내에선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연간 3000~4000건의 전극도자절제술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심방세동이 1년 이상 오래된 경우는 시술해도 재발할 위험이 높아서 시도하지 않는다. 즉 초기 심방세동 환자에게 적합하다는 얘기다. 시술 후 정상 맥박 유지율은 초기(발작성)의 경우 70~80%다.

노화를 막을 순 없기 때문에 심방세동을 예방하는 방법도 금주 실천 이외에는 없다. 김 교수는 “특히 심방세동 초기에는 간헐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의심 시 병원에서 검진받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고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맥박을 만져보고 증상이 있을 때마다 심전도를 찍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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