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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대륙 ‘애국 청년’ 자극한 홍콩경찰 습격 사건… 불매운동까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었던 7월 1일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홍콩 경찰에 흉기를 휘두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성을 추모하려던 한 여성이 2일 그 장소에서 경찰에 붙잡히자 길바닥에 주저 앉아 울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시에는 ‘옌차오로’라는 길이 있다. 중국 공산당 창당 멤버인 천두슈의 장남 천옌녠과 차남 천차오녠의 이름을 딴 거리다. 이곳에 4일 중국 젊은이들이 놓고 간 꽃다발과 편지, 선물이 수북하게 쌓였다. 공산당 상징인 빨간 천을 목에 두르고 도로 표지판을 향해 경례하는 이들도 있었다.

천 형제는 1926년 장제스가 주도한 4·12 상하이 쿠데타 이후 국민당에 체포돼 이듬해 처형됐다. 그 때 나이가 각각 29세, 26세였다. 중국 공산당은 이들을 청년 열사로 기리고 있다. 4일은 천옌녠 사망 94주년 되는 날이다.

상하이에서 온 한 대학생은 중국 관영 매체에 “그들은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적들에 의해 살해됐지만 죽을 때까지 당의 비밀을 밝히지 않았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이어 “천 형제는 20대 젊은이도 조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가르쳐줬다”며 “그들에게 감동을 받아 공산당 입당 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中 ‘젊은 영웅’ 띄우기 바람

중국 관영 매체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산당 100주년 연설 이후 젊은층의 입당 열기와 애국심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기념 행사 때 마오쩌둥 대형 초상화 바로 위 연단에 올라 “(중국의) 미래는 청년의 것이고 희망은 청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 청년들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을 소임으로 여겨 중국인의 기개와 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행사장에 참석한 중국 청년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우리는 당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외쳤다.

시 주석 연설 이후 중국은 과거 공산당원들의 용맹함과 충성심을 부각하고 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전 격동의 시기 공산당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다. 그중에는 아이들도 있다. 일본 침략자들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13세 당원, 생후 8개월 때 체포돼 감옥에서 지내다 여덟살에 부모와 함께 살해된 아동, 국민당에 붙잡혀 단두대에서 참수당하기 전 “죽음이 무서우면 공산당원이 되지 않았다”고 울먹였던 14세 소녀 당원 등이다.

2001년 4월 남중국해에서 미군 정찰기와 충돌해 숨진 33세 인민해방군 공군 조종사, 지난해 6월 라다크 갈완 계곡에서 벌어진 인도와의 국경 분쟁 때 전사한 33세 병사도 중국 매체가 띄우는 ‘젊은 영웅’이다. 중국 당국은 당과 나라를 위한 이들의 희생 정신이 지금의 중국 청년들에게도 계승되기를 바라고 있다.

베이징대 장이우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성장한 젊은이들은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의 발전 경로와 시스템이 서방의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중국 공산당의 애국심을 부각하는 정책과 젊은 세대의 자부심은 다양성을 없애고, 비판을 용납하지 못한 채 상대에 대한 큰 공격성을 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콩경찰 습격 사건… 유서엔 보안법 비판

실제 중국 청년들의 당심은 중국을 비판하는 외부 세력에 대한 반발, 보복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강제 노동 의혹이 불거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스웨덴 패션 업체 H&M이 중국에서 당한 불매 운동이 대표적이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H&M의 올해 2분기 중국 매출은 지난해 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매장 수도 13개 줄어 489개가 됐다.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매출이 늘었는데 중국에서만 뒷걸음질쳤다. 중국의 불매 운동은 “중국에서 돈을 벌려면 중국을 존중해야 한다”는 정서로 표현된다.

지난 주말에는 홍콩에 본사를 둔 음료 업체 ‘비타소이’를 향한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비타소이의 한 직원이 지난 1일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 쇼핑가에서 홍콩 경찰을 습격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는데, 업체가 해당 직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비타소이가 홍콩 경찰과 당국에 사과하는 대신 폭도의 자살을 안타까운 일로 묘사했다며 중국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비타소이는 매출의 약 70%를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홍콩 법인의 50대 구매부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을 공격하기 전 유서를 남겼고 유서에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후 자유가 사라졌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홍콩 명보가 전했다. 홍콩 당국은 그를 ‘외로운 늑대 테러범’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회 평온을 깨는 폭력 행위를 강력 규탄했다. 칼에 찔린 경찰은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습격 사건이 발생한 1일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자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4주년 되는 날이었다. 이런 역사적인 날 홍콩 통제의 상징인 보안법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는 ‘보이콧 비타소이’ ‘중국에서 떠나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이 수백만 건 올라왔다. 이들 중 일부는 비타소이가 테러 행위를 묵인했다며 불매 운동을 선동하고 있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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