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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보아야 아름답다



1990년대는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이 전 세계로 확장하던 때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소위 명품브랜드들이 쏟아져 들어오며 온 국민이 외국 브랜드에 취해갔다. 필자는 그 시기에 의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며 세부 전공으로 인기였던 디자인이나 마케팅 대신 ‘한국 복식사’를 선택했다. 그 선택이 이후의 인생을 갈지자로 활보하게 만든 계기가 되어 가끔 진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너는 어쩌다 한복을 좋아하게 되었느냐는. ‘왜’도 아니고 ‘어쩌다’였다. 이유도 가치도 없는 걸 왜 좋아하냐는 투다.

가만히 나는 왜 그랬을까 생각했다. 당시에는 몰라주는 마음이 밉고 억울하고 외국 문화만 숭배하는 세태에 대한 반감과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사명감까지 생겼다. 한참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어릴 때 이야기 한국사 전집을 몇 번 읽어 한국 역사가 재미있었고, 경복궁 근처의 고등학교를 다니며 오가는 길에 구경했던 인사동 고미술품이 멋있어서 전통문화에 대한 경외감이 먼저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게다가 한국복식사를 전공하며 알게 된 옛 한복의 모습은 현재 그대로 재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까마득히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반면에 한복을 폄훼하는 사람 얘기는 ‘한복’ 하면 이태원에 관광상품으로 걸려있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색동 치마저고리나 정부가 억지로 장려해서 한식당 유니폼으로 입혀지고 있는 칙칙한 생활한복이 떠올라 영 별로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문하기를 네가 말하는 그 아름다운 한복이란 어디에서 볼 수 있느냐는 데 답을 해줄 수 없었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다. 1만5000원에 빌려 입는 중국산 한복이나 한복이 맞나 갸우뚱하게 하는 패션한복 대신 고혹적인 전통한복의 미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딱히 없다.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드레스를 실물로 보고 경탄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그런 공간이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까운 곳에.

윤소정 패션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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