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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ST 상식] 개·고양이는 왜 땀을 흘리지 않을까?

체온 조절을 위해 혓바닥을 내밀고 숨을 몰아쉬는 개. 오른쪽 사진은 여름철 흔히 볼 수 있는 개 발자국. 동물의 땀샘은 주로 발바닥에 있다. 미국애견협회(AKC)·Reddit 캡처


체온 조절은 동물에게 중요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체온이 42도를 넘어가면 신체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효소가 파괴되기 때문이지요. 동물들은 차가운 물체에 몸을 기대거나 땀 호흡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합니다.

무더운 여름철이면 숨을 크게 헐떡이는 개와 고양이를 보며 걱정하는 분이 많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되지만, 아무리 더워도 개는 땀을 거의 흘리지 않습니다. 털이 나지 않은 신체의 특정 부위, 이를테면 발바닥 같은 곳에서만 땀을 소량 배출하죠. 체내의 열을 주로 땀으로 배출하는 사람으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동물에게는 땀 대신 다른 온도조절장치들이 있습니다. 공기와 마찰 면적이 넓은 귀, 혓바닥, 폐의 내부 등이죠. 미국 애견협회(AKC)와 수의사들의 연구 교류 사이트인 펫엠디(PetMD)의 분석을 소개합니다.

동물의 피부에는 두 종류의 분비샘이 있습니다. 온도조절을 하는 메로크린(Merocrine) 땀샘과 자기 존재를 알리는 신호인 페로몬을 배출하는 아포크린(Apocrine) 샘이죠.

인간의 땀샘은 메로크린 땀샘의 일종입니다. 여기서 흐르는 땀은 과열된 체온을 식혀줍니다. 격렬한 운동을 할 때 미끄럼방지 역할을 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거나 긴장될 때에도 땀을 내보내지만 주요 기능은 체온 조절이지요. 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대부분 이 분비샘이 발바닥에 몰려 있으며, 털로 덮인 부위에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여름철 개나 고양이가 지나간 마룻바닥을 살펴보면 발바닥 모양으로 남은 땀 자국을 볼 수 있지요.

인간과 달리 개, 고양이의 몸에는 페로몬을 배출하는 아포크린 샘이 퍼져 있습니다. 페로몬에는 개체마다 독특한 향이 담겨 있으며 다른 동물들에게 영역을 과시하고 발정기를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반려동물에게 땀의 체온조절 역할은 미미합니다. 대신 가쁜 호흡으로 체온을 낮춥니다. 개나 고양이가 숨을 헐떡일 때, 공기와 마찰면적이 넓은 혀 코 귀를 비롯해 폐의 내부에서 뜨거운 수분이 증발하지요. 공기와 단면적을 넓히기 위해 귀 입술 등의 혈관이 크게 팽창합니다. 뜨거웠던 혈액은 피부와 가까운 혈관을 흐르며 빠르게 냉각되는데 이를 반복하면 동물의 체온은 낮아집니다.

여름이면 반려동물을 삭발해버리는 보호자도 있습니다. 동물이 뒤덮은 털로 인해 더위에 시달릴 것 같다는 걱정 때문이지만 잘못된 판단입니다. 털은 추위와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단열재 역할을 합니다. AKC의 제리 클라인 선임 수의사는 “반려견의 털은 더위를 막아주고 공기를 머금어 몸을 식혀준다”면서 “(추운 지역에서 온) 이중모 품종이라 해도 털을 박박 밀면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털을 심하게 밀면 단열층이 사라지고 자외선에 노출됩니다. 열사병 위험이 커지며 모낭염이 생길 수 있지요.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집니다. 더운 여름철이면 열사병에 쉽게 걸리곤 하죠. 여름에는 30분 넘는 장시간 산책을 삼가고 시원한 재질의 쿨매트를 제공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반려동물이 41도 넘는 체온, 더위로 인한 구토, 발작, 창백해진 혓바닥, 무겁고 매우 더딘 호흡 증상을 보인다면 열사병을 의심해야 합니다. 즉시 체온을 낮춰주면서 동물병원으로 데려가길 권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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