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야, 이젠 너를 대할 때 연민이 느껴져

픽사베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비애, 슬픔, 외로움, 죄책감, 후회, 분노, 두려움의 감정을 느낍니다. 이런 감정의 고통은 심한 육체적 고통과 맞먹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면한 문제가 두려워 피하려 합니다.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길 바랍니다. 심지어 보조적 수단으로 약물을 복용해 문제를 잊기도 합니다.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신경증이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삶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직면할 때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은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 방법의 하나가 ‘대화 기법 글쓰기’입니다. 이 글쓰기 방법은 모든 사람이 대화하며 살아간다는 전제하에 도입, 인지행동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화 기법 글쓰기는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상대와 나의 대화를 통해 둘 사이의 역학관계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막연한 부정적인 사고를 바꿀 수 있습니다.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대화 기법 글쓰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당신을 깊이 사랑하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쓰는 것입니다. 대화 상대는 사람, 장소, 물건, 몸의 일부, 사건, 감정, 자기 자신 등 어떤 것이든 누구든 가능합니다.

대화 상대를 무엇으로 하든지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먼저 대화 상대와의 관계, 그 관계가 나에게 주는 느낌, 내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 내가 하고 싶은 말들에 대해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연극 대본처럼 종이 위에 대화를 써 내려가십시오. 대화가 중단되면 잠시 눈을 감고 조용히 다음 질문이나 대답을 기다리십시오. 만약 기다려도 대화가 계속될 수 없다면 그때까지 쓴 것을 읽어보십시오.

사람과의 대화는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슬픔, 고통, 죄책감, 두려움, 불확실한 열정 등 고통스러운 감정과 대화는 부정적인 감정을 줄어들게 합니다. 물건과의 대화는 그 물건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상징적 의미나 잠재적인 믿음을 발견하게 합니다. 만일 사람이 아닌 그 외의 것을 대화 상대로 삼았다면 충분히 의인화하십시오. 상대를 사람으로 인식했을 때 동등한 관계가 이루어져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치료사 캐슬린 애덤스는 ‘저널 치료’에서 9가지 대화 상대를 제시했습니다. 즉 사람과의 대화, 사건이나 상황과의 대화, 일과의 대화, 몸과의 대화, 사회와의 대화, 감정이나 느낌과의 대화, 물건이나 나의 소유물과의 대화, 저항이나 방해요소와의 대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면의 지혜자(하나님)’와의 대화입니다.

특히 하나님과의 대화는 치유 글쓰기를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많은 사람이 글을 쓰면서 내적 자유로움과 평안을 경험합니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묵상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그려보고 바로 앞에 하나님이 계신다고 생각하십시오. “하나님 저예요. 저 요즘 너무 힘들어요. 인생의 해답을 찾을 수 없어 제 영혼이 너무 아파요”라고 대화를 시작해 보십시오. 내면의 지혜자인 하나님께선 “그래 잘 있었니. 한동안, 네 소식이 궁금했단다”라며 대화를 나눠 주실 것입니다. 이제 종이에 대화를 쓰기 시작하십시오.

대화 상대를 먼저 정한 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십시오. 강물처럼 흘러가는 생각에 자신을 맡기세요. 편지 형식으로 써도 좋습니다. 외로움, 원망의 생각, 분노의 감정, 절망감, 무너져 버린 꿈, 미움과 상처, 용서하고 싶지 않은 마음마저 다 적습니다. 그리고 여러 번 그 감정을 느끼며 읽어보십시오.

글을 쓸 때 주님이 옆에 계신다고 생각해도 좋고, 비록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나를 이해해 주었던 과거의 누군가가 옆에 있다고 가정해도 좋습니다. 이렇게까지만 해도 감정의 흐름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화 상대는 사람, 장소, 감정, 자기 자신 등 어떤 것이든 누구든 가능합니다. 오랜 시간 자신을 힘들게 했던 암세포와 대화를 나눈 아래의 사례처럼 진솔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십시오.

나 : 그동안 너를 대면하는 것이 두려웠는데 이제 너를 마주 보니 연민이 느껴진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보여서 더 마음이 아파…. 얼마나 아팠으면,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 아픔이 실재가 돼 암이 됐을까….

암세포 : 나로 인해 많이 아팠지? 나는 네가 화낼 때 뿜어져 나오는 악을 먹고 자랐어. 미워할 때, 원망할 때, 자기 연민에 빠질 때 나는 점점 더 커졌어. 미안하다.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니?

나 : 나는 하나님 한 분만으로도 족하다는 걸 알았어. 나는 이미 충분한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어. 이런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 안녕 잘 가….

*대화를 써보세요.

나 :
대화상대 :
나 :
대화상대 :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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