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국내 첫 환경단체 설립 주도… 공해·새만금·탄소감축 대응 앞장

한국공해문제연구소(공문연)가 공해추방운동 활성화를 위해 1986년 개설한 ‘제1회 청년교육강좌’ 개강식 모습. 공문연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로 개칭하면서 선교로서의 환경운동에 본격 나서게 된다. 기환연 제공
 
98년 2월 열린 기환연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창립총회. 기환연 제공
 
99년 10월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제1회 기독교 환경상 시상식에서 강연하는 원경선 풀무원농장 원장. 기환연 제공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역사는 그 자체가 한국교회 환경운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9년 전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국내 최초로 탄생한 첫 민간 환경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공문연)는 한국교회가 주축이 돼 출범했다. 이후 공문연은 신·구교와 타 종교, 일반 학자와 사회운동가가 동참해 한국사회의 환경운동을 조직·체계적으로 이끈 ‘환경운동 요람’으로 성장한다.

올해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원년이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주도적으로 기후위기에 맞서 탄소저감 목표를 제시했고 우리 정부 역시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세웠다. 다음 달 말엔 서울에서 세계 정상이 화상으로 모이는 ‘P4G 정상회의’도 열린다. 한국교회는 이에 맞춰 2050 탈탄소선언을 준비하는 등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창조세계 보전을 위한 잰걸음에 나선다.
 
국내 첫 환경단체, 공해문제연구소 탄생

한국교회가 공문연을 태동시킨 배경에는 ‘선개발, 후환경보전’을 추구한 60~70년대 정부의 경제개발 전략이 있다. 60년대 촉발된 환경오염 문제는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대기와 해양 오염, 농약 중독 등의 공해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자 당시 민주화와 인권운동에만 골몰하던 한국교계는 생태계 보전을 위한 행동에도 점차 나서게 된다.

신학적 관점을 반영해 환경보호에 적극 나서는 세계교회의 움직임도 한국교회 환경선교의 추동 원인이 됐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75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총회에서 생태계 위기와 창조신앙을 연관해 다뤘고, 8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WCC 제6차 총회는 아예 ‘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생명’이란 주제로 열렸다.

공해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한국교회는 당시 노동·인권운동에 나선 목회자를 중심으로 81년 공문연 설립을 기획한다. ‘민주화 못지않게 생태계 보호도 중요하다’는 기치 아래 이들은 82년 종로5가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회인사와 공문연을 세운다. 독일개신교회(EKD) 자선단체 ‘세계를 위한 빵’과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도시농촌 프로그램(URM)이 보내온 후원금을 기반으로 설립된 공문연은 창립 이듬해 경남 울산 온산 등 공해 피해지역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국내 최초로 공해문제를 공론화하며 본격 활동에 나선다.
 
초교파 환경선교단체로 성장

공문연은 이후 지리산 등 국내 명산 보호, 공해자료집 발간, ‘1984 반공해선언’ 등에 나서며 한국사회 환경운동의 기틀을 세웠다.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단체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자 공문연은 ‘기독교계의 전문 환경운동단체’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노선을 택한다. 이후 한국반핵반공해평화연구소(89년)와 한국교회환경연구소(92년)를 거쳐 기독교환경운동연대(97년·기환연)로 개명하며 한국교회 환경의식 제고에 주력한다.

개신교 교단과의 협력은 한국교회환경연구소로 활약할 당시 이뤄졌다. 연구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환경위원회와 협력해 92년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환경주일’을 선포했다. 두 단체의 연대 활동은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등 주요 교단에 환경위원회를 설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보수 교단과의 협력은 97년 기환연 출범으로 본격화됐다. 예장합동 대표로 사랑의교회 설립자인 옥한흠 목사를 공동대표로 초빙하며 외연을 확장한 기환연은 2000년 기독교환경선언과 교회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새만금 갯벌 살리기 및 반핵평화운동 등 주요 활동을 펼친다. 2001년 천주교 불교 등 주요 종교의 환경단체가 연합한 ‘종교환경회의’ 창립에 동참해 환경문제 공동 대응에 나섰다.
 
기후위기 대응에 역점

일상 속 환경보전을 실천한 교회를 발굴해 격려하는 ‘녹색교회 운동’과 ‘초록가게 운동’을 중심으로 환경선교를 펼쳐온 한국교회는 2005년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기상이변을 일으키며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요인인 지구 온난화 문제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2005년 ‘온실가스 감축 기독인 선언’을 시작으로 ‘차 없는 주일’ 운동을 펼치며 이산화탄소 저감 활동에 나섰다.

탄소 배출을 억제해 기상이변을 막는 한국교회 활동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NCCK 소속 8개 교단 환경부서와 기독교 환경운동단체는 온라인으로 ‘기독교 환경회의’를 열고 올해 환경선교 초점을 ‘기후위기 대응’에 맞출 것을 천명했다. 신학계에선 ‘기후위기 기독교신학포럼’을 지난해 결성했다. 기독교 시민단체와 개교회가 연합한 ‘기후위기 기독교비상행동’은 지난달 출범했다. 올해부터 한국교회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를 실행 중인 기환연은 현재 NCCK와 소속 교단과 협력해 다음 달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예장백석 등 보수 교단 역시 환경선교 확대를 놓고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진형 기환연 사무총장은 “기독교는 하나님의 창조를 고백하는 종교로, 이 창조세계를 돌보고 지키는 것이 기독교인의 사명”이라며 “지금껏 한국교회가 환경운동을 이끌어왔듯, 탄소중립 실천에도 십자가 희생 정신으로 나서 한국사회 탄소중립 실천에 마중물이 되자”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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