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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으로 하나된 ‘윗동네·아랫동네’ 성도들, 통일 선교 모범됐다

서울 남서울은혜교회 통일선교위원회(통선위) 디렉터 한주헌(왼쪽) 목사와 담당교역자 김신영 목사가 최근 서울 강남구 일원로 교회 밀알학교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지난달 30일 줌으로 열린 통선위 토요기도회. 줌 캡처


2019년 12월 교회 통선위 주일 모임에서 성도들이 교제를 나누고 있다. 남서울은혜교회 제공


2019년 통선위가 주최한 여름수련회. 남서울은혜교회 제공


지난달 20일 저녁 9시.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에서 서울 남서울은혜교회(박완철 목사) 통일선교위원회(통선위) 토요기도회가 열렸다. 통선위에 소속된 10여명의 성도들은 온라인 화면에서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집사님,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통선위 담당교역자 김신영 목사가 기도하며 모임을 인도했다. 성도들은 누가복음 20장 19~26절을 읽으며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서기관들과 대제사장들이 예수님에게 세금에 대해 질문한 장면이었다.

성도들은 본문을 읽고 느낀 점과 기도 제목 등을 자유롭게 나눴다. 성혜윤(가명) 집사는 “로마 총독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쳐야 하냐고 예수님께 질문한 서기관들과 대제사장들의 마음엔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려고 한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수진(가명) 집사는 “본문을 읽으면서 진리를 정직하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목사는 “누가복음 19장 41~44절을 보면 예수님은 우리의 악한 모습과 상관없이 우리를 긍휼하게 여겨주셨다”며 “우리 안에 주님과의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내려놓고 죄를 고백하며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비전과 현실 앞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탈북 청년과 통일 등을 위해 중보기도를 한 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모임을 마무리했다.

탈북민의 필요 채워주며 사역 시작
남북한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으로 연합하며 동고동락하는 교회 통선위는 한국교회에 통일 선교의 모델을 보여준다. 교회는 2001년 탈북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고 통일 선교를 준비하기 위해 통선위의 전신인 ‘북한선교위원회’를 발족했다. 통선위는 2004년 탈북 청소년과 청년을 위해 대안학교 ‘여명학교’와 ‘취업지원센터’(함께하는재단 탈북민취업지원센터의 전신)를 설립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일원로 교회 밀알학교 카페에서 통선위 디렉터 한주헌 목사와 김 목사를 만났다. 한 목사는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 탈북민이 우리나라에서 제도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미비했다”며 “교회는 이들에게 가전제품 가구 음식 등을 전달하며 실질적 필요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공동체를 구성해 함께 예배를 드리고 복음을 전하는 사역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탈북 청소년들은 한국에서 학업 문제와 이전과 달라진 환경에 대한 부적응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교회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가 설립된 뒤 지속해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에는 많은 교회와 요일을 나눠 여명학교 배식 봉사에 동참했다. 또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탈북 청년들이 남한 사회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회는 이밖에 탈북민의 교회 정착 및 생활 지원, 제자훈련을 통한 그리스도인의 양성, 북한선교 사역의 동역자 육성, 통일 전·후 북한선교 사역 등을 전개한다.

‘윗동네·아랫동네’ 성도들 동고동락
교회는 한국교회 최초로 ‘윗동네’ ‘아랫동네’라는 용어를 만들어 한국교회에 전했다. 2009년 교회 통선위 담당교역자로 부임한 김영식 부목사가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 탈북민 성도와 남한 성도를 각각 윗동네·아랫동네 사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탈북민들은 이 단어가 친근하다며 좋아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이상 다른 체제에서 살았던 남북한 성도들이 한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연합을 이루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김 목사는 “성도들이 같은 언어를 쓰지만 의사소통 방식, 문화적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그런데도 한반도 통일 이전에 남북한 사람들이 교회에서 ‘사람 통일’을 먼저 이뤄야 한다는 인식이 통선위 내에서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이런 시간을 거친 뒤 남북한 성도들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신앙 안에서 연합된 모습을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어 “특히 통선위에서 남한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윗동네 분들의 사례가 많아지는 것은 사역의 귀한 열매”라고 강조했다.

통선위는 전도부 지원부 양육부 교육부 운영부 등 5개 부서와 찬양팀 봉사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부서 내 소그룹인 16개의 ‘목장’ 모임은 성도들의 신앙 양육 및 교제의 장이다. 코로나19 전에는 90여명의 성도들이 공동체에서 활동했다. 현재 온라인에서 말씀 읽고 기도하며 교제하는 사역이 활발히 진행된다.

2015년부터 통선위에서 활동하는 아랫동네 성도인 김영 집사는 “윗동네 성도들이 이 공동체를 자신의 든든한 울타리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신앙 안에서 남북한 성도가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은혜롭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윗동네 성도들의 깊은 상처가 치유되려면 복음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통일선교 사역을 20년 가까이 이어온 비결에 대해 “통일선교 사역에서 윗동네 분들을 품는 사랑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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